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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출신 작가, '한국 설화, 그리스, 로마 신화만큼 훌륭해'
2024.04.15
2 Graci Kim

▲ 그레이시 김 작가가 20일 서울 중구 주한뉴질랜드대사관에서 코리아넷과 가진 인터뷰에서 자신의 소설 '기프티드 클랜'의 영감의 원천이 된 한국의 전설과 설화를 설명하고 있다.



윤소정 기자, 김재연 인턴 기자 arete@korea.kr
사진 = 전한 기자 hanjeon@korea.kr
영상 = 전한, 이준영 기자 hanjeon@korea.kr, coc7991@korea.kr


단군신화 속 곰은 동굴 생활을 견디고 사람이 됐다. 하지만 혼자 남은 호랑이는 어떻게 됐을까?

해외에서 사랑받는 아동 판타지 소설 '기프티드 클랜(Gifted Clan)'의 모든 이야기는 이 질문에서 시작된다.

'기프티드 클랜’은 한국계 뉴질랜드인 그레이시 김 작가가 지난 2021년 영어로 출간한 ‘마지막 떨어진 별(The Last Fallen Star)’, ‘마지막 떨어진 달(The Last Fallen Moon)’, ‘마지막 떨어진 왕국(The Last Fallen Realm)’으로 구성된 3권의 연속물(시리즈)이다. 소설에는 곰 부족과 호랑이 부족, 도깨비, 인면조, 해태, 삼족오 등 한국 전설과 설화 속 신비로운 존재가 등장한다.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로 뽑혔다. 디즈니채널도 드라마 제작을 검토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김 작가는 주한뉴질랜드대사관의 한-뉴질랜드 창조협력 주빈으로 초청받아 6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지난 20일 서울 중구 뉴질랜드대사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김 작가는 "한국의 전설, 귀신 이야기도 그리스, 로마 신화만큼 훌륭하고 사랑받을 수 있다고 믿는다" 며 한국 전설과 설화에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어릴 때 할머니가 들려주신 옛날 이야기에 푹 빠졌었다"며 "오랫동안 말로 전해내려온 한국 전설, 설화와 마법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새롭고 신선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기프티드 클랜'은 마법의 힘을 가진 재미교포 가족에 입양된 십대 소녀 ‘라일리 오(Riley Oh)’가 위험에 처한 언니를 구하기 위해 나선 모험담을 담았다. 그 과정에서 깨닫는 자신의 진정한 정체성과 가족애를 촘촘한 씨줄과 날줄로 직조했다. 한국의 전설, 설화 속 존재들이 등장해 곤경에 빠진 라일리를 도와주며 독자를 한국의 전설 세계로 이끈다. 아마존(Amazon), 굿리즈(Good Reads) 같은 웹사이트에는 "한번 펼치면 끝까지 손에서 놓을 수가 없는 책", "한국에 이렇게 멋진 설화와 신화가 있는 걸 왜 이제야 알았을까" 같은 독자 서평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단군신화를 가장 좋아한다는 김 작가는  '(동굴 속에서) 혼자 남은 호랑이는 어떻게 됐을까?'라는 질문이 이 작품의 출발점이 됐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인물과 플롯 개발을 위해 '만약에(What if)'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곰의 후예라고?','호랑이는 어떻게 됐을까?', '곰 부족과 호랑이 부족의 후손이 오늘날 이민자로 산다면 어떨까' 같은 질문을 거듭하며 인물을 만들고 새로운 이야기를 전개해갔다고 밝혔다.


사실 김 작가는 전직 외교관 출신이다. 어릴 때 가족과 뉴질랜드로 이민 간 뒤에 그곳에서 자라나 뉴질랜드 외교관으로 10년 이상 해외에서 근무했다. 어느 날 그는 타이페이의 도로에서 한 어린이가 차에 치여 사망하는 것을 목격했다. 눈앞에서 벌어진 아찔한 사고는 그의 삶을 180도 바꿔놨다. 이어 베이징에서 갑작스런 실명 위기로 응급 안구 수술을 받은 그는 "앞으로 살면서 의미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작가로 전향했다. 그 뒤 자신처럼 어린 시절 이민자 출신으로 양쪽 문화 속에서 정체성과 소속감을 둘러싼 혼란을 겪는 전 세계 어린이를 위해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 그는 "어릴 때 이민가 성장하며 겪은 정체성 혼란과 소속감이 소설 주인공 라일리의 여정에 반영돼 있다"고 말했다.


1 Graci Kim

▲ 그레이시 김 작가가 20일 서울 중구의 주한뉴질랜드대사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내년에 예정된 '기프티드 클랜' 시리즈 한국어 출간계획과 새로운 시리즈 '드림슬링어'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새 작품에 관해서도 말을 이어갔다. 내년에 새로운 연속 기획물 ‘드림슬링어(Dreamslinger)’ 출간이 예정됐단다. 꿈 속의 세계에 들어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돌연변이 인간들이 현실세계에서 마법의 힘을 주는 생명체를 찾기 위해 서울 여의도에 숨겨진 비밀스러운 공간 '드림슬링(Dreamsling)'에 모이는 것이 얼개다. 주인공은 미국 텍사스주 출신 십대 소녀 '아리아(Aria)'다. 김 작가는 이번 시리즈는 "영화 ‘엑스맨’의 주인공 프로페서 X(엑스)가 한국 왕이라면?', '만일 그가 마법을 가지고 있다면?', '꿈 속의 장소가 현실세계의 공간이라면 어떨까?' 같은 질문에서 발아됐다"며 한국 설화와 문화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귀띔했다.

내년 여름에는 '기프티드 클랜’ 시리즈 한국어판도 선보일 예정이다. 김 작가는 "한국어판이 출간되면 우리 부모님도 직접 읽을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그는 "한국과 뉴질랜드 문화의 이해를 다 갖춘 창조협력의 상징으로 초청받은 이번 방한도 마법 같다" 며 "아무리 나이 들고 지쳐도 우리 곁에는 언제나 마법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코리아넷 독자들에게 인상 깊은 메시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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