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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안중근’을 생각하다···뮤지컬 영화 ‘영웅’
2022.12.26


서울 = 이경미 기자, 오오쿠사 노리코 코리아넷 명예기자 km137426@korea.kr
영상 = CJ ENM Movie 공식 유튜브 채널

"꼬레아 우라(Корея Ура!)”(대한제국 만세)
1909년 10월 26일 중국 하얼빈역. 안중근 의사가 대한제국 침략의 원흉이라 불리는 조선총독부 초대 통감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고 외친 말이다. 당시 현장에 있던 러시아 재무 장관과 러시아 매체 기자들을 의식해 러시아어로 말했다.

영화 ‘영웅’은 안중근이 하얼빈 의거를 준비하던 때부터 일본 법정에서 사형 선고를 받고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그의 생애 마지막 1년을 담은 뮤지컬 영화다. 같은 이름의 한국 창작 뮤지컬이 원작이다. 역사적 인물과 음악의 힘이 관객을 끌어들인다.

코리아넷은 오오쿠사 노리코(大草紀子) 일본 명예 기자와 함께 지난 8일 서울시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언론배급시사회에 다녀왔다. 일본인이 보기에는 조금은 불편할 수도 있는 영화, 오오쿠사 명예 기자의 감상과 함께 감독, 배우의 이야기를 전한다.

▲ 영화 ‘영웅’에서 안중근이 동지들과 함께 일본 법정에서 재판을 받는 장면. CJ CNM

▲ 영화 ‘영웅’에서 안중근이 동지들과 함께 일본 법정에서 재판받는 장면. CJ CNM



일본의 식민 지배나 일본으로부터 독립을 다룬 영화는 일본에서 ‘항일영화’ 등으로 불린다. 항일 영화 중에는 일본에서 개봉되지 않는 작품도 많다. ‘안중근의 마지막 한 해를 그린 작품’이라는 소개를 들으면 일본인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영화는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 바치겠다 다짐하는 안중근과 독립운동가들의 장면으로 시작된다. 지배당한 이들의 분노, 슬픈, 강한 다짐이 힘찬 노래로 표현된다.

그가 고향에서 가족들과 지내는 장면으로 바뀌며 비장함과 가족의 따스함이 대조적으로 표현된다. 나라를 위해 싸우는 안중근을 미소 지으며 배웅하는 어머니, 끝까지 그가 떠나야만 하는 상황을 납득할 수 없는 아내. 그 장면에서 관객들은 ‘인간 안중근’의 모습에 끌리기 시작한다.

▲ 안중근 의사는 1905년 을사늑약 후 삼흥학교, 돈의학교를 세워 인재 양성에 힘썼고 1908년에는 의병부대를 이끌고 대일 항전을 전개하는 등 나라의 독립을 위해 노력했다. 독립기념관

▲ 안중근 의사는 1905년 을사늑약 후 삼흥학교, 돈의학교를 세워 인재 양성에 힘썼고 1908년에는 의병부대를 이끌고 대일 항전을 전개하는 등 나라의 독립을 위해 노력했다. 독립기념관



오오쿠사 씨는 "아마 대부분의 일본인은 안중근을 거의 모른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알려진 게 없다"며 "이토 히로부미를 쏜 독립운동가라는 것 외에는 거의 알지 못하며 역사 시간에도 그 인물상까지는 배우지 못했기에 영화를 통해 그에 대해 조금은 알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영화에서는 줄곧 동지들과 함께 독립을 위해 활동하는 안중근의 모습이 그려진다. 이렇게 쓰면 진지하고 무거운 영화라 생각할 수 있지만 일본, 중국, 라트비아 등에서 촬영한 영상은 웅장하고 아름다우며 경쾌한 템포로 진행되는 흐름은 관객들을 질리지 않게 한다. 곳곳에 유머로 웃음을 자아내는 장면도 많다.

오오쿠사 씨는 "가해국 사람인 나는 이 역사의 사실과 의미를 더 깊이 생각해 반성하고, 일본이 해 온 일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영화를 보고 느끼는 것은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느낀 것은 평화롭고 자유로운 삶의 소중함과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는 용기"라며 "반성을 하는 것뿐 아니라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전쟁과 폭력을 멈추기 위해 최소한 한 발짝 내딛는 용기, 목소리를 높이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영화 ‘영웅’의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8일 오후 서울시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렸다. 이날 현장에 참석한 윤제균 감독(오른쪽에서 네 번째)과 배우 정성화(오른쪽에서 두 번째) 등 출연 배우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CJ ENM

▲ 영화 ‘영웅’의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8일 오후 서울시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렸다. 이날 현장에 참석한 윤제균 감독(오른쪽에서 네 번째)과 배우 정성화(오른쪽에서 두 번째) 등 출연 배우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CJ ENM


‘영웅’은 촬영 현장에서 배우들이 직접 노래를 부르는 라이브 녹음 방식을 채택했다. 2009년 뮤지컬 초연부터 ‘안중근’을 연기해온 정성화는 “카메라가 돌고 나서 (노랫)소리가 조금이라도 삐끗하면 신경 쓰여서 감정 잡기가 어려워지는 경우가 있는데 그 밸런스를 맞추는 게 힘들었다”고 했다.

이어 “제목은 ‘영웅’이지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히어로물 속 인물로만 표현하지 않으려 애썼다”며 “무엇보다 (안중근이라는) 인간 자체가 고스란히 전달됐으면 한다”고 했다. 


윤제균 감독은 시사회가 끝나고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많은 독립운동가, 특히 안중근 의사와 관련해 잘 몰랐던 마지막 1년에 대한 이야기를 이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다"고 했다. 


지난 21일 개봉한 영화 '영웅'은 26일 오전 7시 기준 누적 관객 80만4747명을 기록하며 관객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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