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가족 동반 외유성 출장’ ‘남편 논문 실적 부풀리기’ 등 각종 의혹에 대해 “문제없다”고 항변했다. 여당은 “해외 학회 참석 때 가족이 동행하는 것은 관행”이라고 감쌌고, 제자 논문과 유사한 논문에 남편과 자신의 이름을 함께 올린 것에 대해선 “노벨상 수상자인 퀴리 부인도 남편과 함께 연구했다”고 반박했다. 야당은 “의혹·하자 종합 세트” “여자 조국”이라고 비판하며 사퇴를 요구했다.

청문회 주요 쟁점은 임 후보자가 최근 5년간 한국연구재단에서 4400여만원을 지원받은 출장에 4차례 남편과 두 딸 등 가족을 동반했다는 의혹이었다. 임 후보자는 “사려 깊지 못한 면이 있었다”면서도 가족 관련 비용은 전액 자비로 부담했다고 했다. 하지만 숙박은 자신이 지원받은 호텔방에서 같이했다면서 “혼자 출장 가도 방 하나를 얻어야 해서 그렇게 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제가 정치하면서 보면 외국 초청장에 ‘가족 동반이 가능하다’는 문구가 있는데, 관행일 수 있다”며 두둔했다.

국토·산자·고용부 장관 후보자 선서 - 4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 청문회에서 (왼쪽부터) 노형욱 국토교통부·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선서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임 후보자가 이화여대 교수 시절 자기 제자의 석사 학위 논문과 유사한 논문에 다른 대학 교수로 재직 중인 남편을 제1저자로 올려 학술지에 게재했다는 의혹도 논란이었다. 남편이 제1저자로 된 논문에는 제자가 2저자, 임 후보자가 3저자로 등재돼 있다. 야당은 남편의 논문 실적을 부풀려주기 위한 임 후보자의 ‘논문 내조’라고 지적했다. 임 후보자는 “남편은 핵심적인 아이디어부터 논문의 전반적 기술까지 했다”고 했다. 하지만 “해명이 맞는다면 제자가 남편 아이디어를 표절해 석사 논문을 쓴 것”이라는 야당 반박에 대해서는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은 프랑스 마리 퀴리(1867~1934) 부인을 언급하며 “퀴리 여사도 남편과 함께 연구했다”며 “퀴리 부인이 살아 계셔서 우리나라의 과기부 장관으로 임명하려면 탈락”이라고 했다.

임 후보자가 지난해 11월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이사장에 공모할 당시 민주당 당적을 보유한 데 대한 ‘자격 논란’도 불거졌다. 그는 2019년 1월 민주당 당원으로 가입했고, 이사장에 임명되기 열흘 전인 지난 1월 11일까지 당적을 유지했다. 임 후보자는 “임명 전까지 탈당하면 된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응모했다”고 했다.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은 “임 후보자가 과학까지도 정치 시녀로 전락시켰다”고 했다.

야당은 임 후보자가 과학에 근거하지 않은 논리로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지지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한국원자력연구소 선임연구원 출신인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이 탈원전에 대한 생각을 묻자 임 후보자는 “현재 우리가 가진 기술로는 그 위험성이 더 크다고 생각하다”며 찬성 입장을 밝혔다. 김 의원은 “과학자는 그렇게 얘기하면 안 된다. 그런 생각은 영화 한 편 보고 탈원전을 추진하자는 것과 같다”고 했다.

임 후보자는 ‘다운계약서 작성’ ‘종합소득세 지각 납부’ ‘위장 전입’ 등에 대해서는 “부끄럽게 여기고 있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사과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은 임 후보자를 향해 “이런저런 문제가 있는 장관들을 봤지만 빠짐없이 다 들어가 있다”며 “어지간한 사람 같으면 저 자리에 부끄러워서 못 설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오전 10시에 시작한 청문회는 야당의 검증 공세가 이어지면서 오후 10시 20분쯤 마무리됐다. 청문보고서 채택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