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이 만든 '서울 신청사', 9년 만에 입성…집무실은 6층 그대로

2021.04.08 07:14 입력 2021.04.08 08:32 수정 류인하 기자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4·7재보선 출구조사 결과를 기다리며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서울 서소문 구청사에서 자진사퇴했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8일 자리에서 물러난지 10년만에 광화문 신청사로 돌아왔다.

오 시장 재임시절 착공한 신청사지만 오 시장은 이곳에서 한 번도 집무를 보지 못했다.

광화문 신청사는 2008년 3월 31일 착공한 뒤 4년 5개월 만인 2012년 8월 31일 완공됐다. 그해 10월 개청식을 열었지만, 첫 테이프를 끊고 신청사를 이용한 1호 시장은 박원순 시장이었다. 착공 3년 5개월째인 2011년 8월 26일 오 시장이 무상급식 투표 부결로 자진사퇴하면서 완공 당시에는 더이상 ‘서울시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여전히 외형과 기능을 놓고 논란이 있는 신청사는 부지 1만2709㎡에 연면적 9만788㎡ 규모로, 지하5층~지상 13층 높이다. 건설비만 2989억 원이 투입됐다. 시청사로 사용되었던 구청사는 리모델링을 거쳐 서울도서관으로 바뀌었다.

신청사는 외형을 드러낸 직후부터 지금까지도 논란의 대상이 돼 왔다. 처마를 모티브로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시민들의 눈에는 메뚜기, 잠자리, 쓰나미 파도 모형같이 보였다.

서울시 신청사 1차 설계 디자인. 깨진 항아리 모양의 21층 건물로 설계했지만 주변환경과의 부조화로 부결됐다. 서울시 제공

신청사 디자인에는 여러 우여곡절이 있다. 오세훈 시장은 당초 2006년 7월 깨진 항아리모양의 21층 높이 시청사 설계안을 발표했지만 문화재위원회가 “인접한 덕수궁 경관과 조화를 이루지 않는다”며 설계안을 부결했다. 이후 ‘회오리를 치며 올라가는 태극문양’ 디자인이 제시됐지만 이 역시 경관부조화를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세 번째는 특징없는 ‘성냥갑’ 디자인이었다. 이 안은 2007년 3월 문화재위원회에서 조건부로 통과됐다. 오 시장은 세 번째 안을 토대로 기존 성냥갑 모양을 변형한 다각형 모양의 디자인을 제출, 문회재위원회의 최종 심의를 통과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랜드마크로서의 상징성 부족하다’는 여론에 밀려 취소됐다. 그렇게 총 5차례에 걸친 설계안 변경의 결과물이 지금의 청사다.

디자인도 논란의 대상이었지만 공간 효율성을 놓고도 비판이 거셌다. 2012년 입주 당시 서울시 본청 공무원 중 신청사에 근무하게 된 공무원은 2205명에 불과했다. 전체 공무원의 48%수준이다. 신청사 내 업무용 공간은 전체의 30%에 불과했다. 결국 나머지 인원은 현재까지도 서소문 1청사와 서소문 2청사, 무교로 청사(남산청사·청계청사 제외) 등 임차건물에서 분산근무하고 있다.

서울 신청사 구조. 경향신문DB

오 시장은 본관(신청사)6층에서 시장업무를 시작한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사용했던 집무실을 그대로 사용한다. 박 전 시장이 썼던 집기구들은 모두 치워진 상태다. 서울시 관계자는 “당장은 집무실로 활용할 다른 공간이 없기 때문에 6층에서 업무를 볼 수밖에 없다”며 “새 시장의 뜻에 따라 다른 공간을 마련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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