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받아 전역 조치된 변희수(23) 전 하사가 충북 청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군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받은 현역 군인은 창군 이래 그가 처음이다.
3일 충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변 하사는 충북 청주시 상당구 금천동 아파트에서 이날 오후 5시 49분쯤 숨진 채 발견됐다. 신고자는 청주시 상당구 정신건강센터 관계자였다. 상담자로 등록된 변 전 하사와 지난달 28일 이후 연락이 되지 않자 119에 ‘생사 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동한 소방대가 침대 위에 누운 채 숨진 변 전 하사를 발견했다.
출동한 소방서 측은 “부패한 정도로 보아 숨진 지 며칠정도 지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웃 주민들은 “변 전 하사가 11월 중순에도 자살을 시도해 경찰이 출동했었고, 얼마 전부터 그의 집에서 악취가 난 것 같다”고 전했다.
경찰은 외부 침입 흔적 등이 없는 것으로 미뤄 변 전 하사가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자택에서 유서 등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 중이며 구체적인 사망 원인 등은 아직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경기 북부 육군 부대에서 복무하던 변 전 하사는 2019년 11월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군 병원은 성전환 수술을 받으면 장애 등급을 받아 군 복무를 못할 수도 있다고 미리 고지했지만 변 전 하사는 수술을 강행했다. 결국 군은 그를 ‘심신장애 3급’으로 분류하고 작년 1월 강제 전역 조치했다.
그러자 변 전 하사는 얼굴과 실명을 공개하며 군 조치에 반발했다. 그는 전역 조치를 받은 당일 군인권센터와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성소수자 군인이 차별받지 않는 환경에서 각자 임무와 사명을 수행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국가를 지키고 싶은 마음 하나만 있으면 복무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같은 해 2월 법원으로부터 성별 정정 허가를 받은 변 전 하사는 군에 ‘전역 처분이 부당하다'며 다시 심사해달라는 인사소청을 제기했다. 그러나 군은 “전역 처분의 위법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기각했고, 변 전 하사는 대전지법에 전역 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대전지법 행정2부(재판장 오영표)는 다음 달 15일 이 소송 첫 변론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한편 전역 처분 결정 이틀 전에 변 전 하사가 국가인권위에 제기한 진정 사건에 대해 인권위는 지난해 12월 “트랜스젠더 군인에 대한 강제 전역 처분은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며 육군참모총장에게 전역 처분을 취소하라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