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드라마의 주제나 줄거리 외적으로 가장 화제가 된 작품은 바로 SBS <리턴>이었다. 이 작품은 극의 축을 잡고 있는 여배우가 제작진과의 갈등이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결국 한창 줄거리가 진행되는 중간 하차를 택하며 파문을 일으켰다. 결국 드라마는 배우 박진희가 배역을 이어받아 촬영을 마쳤고, 극중 등장인물의 신변 변화 없이 주연급 배우가 갑자기 바뀌는 유례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그로부터 1년 후 고현정은 복귀작으로 KBS2 월화극 <동네변호사 조들호 시즌2:죄와 벌>(이하 조들호2)을 택했다. 드라마는 역시 현장에서 연기에 대한 신념을 지키기로 유명한 배우 박신양의 ‘프랜차이즈’ 작품이다. 3년 전 설정을 그대로 이어오는 두 번째 시즌은 독특하게 제작발표회가 아닌 연출자만 참석하는 1회 시사를 7일 열고 극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서울 여의도 CGV에서 열린 시사회에 참석한 한상우PD는 행사 직전 “먼저 사과의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다. 촬영현장에서 변화된 노동환경과 주 52시간 근무를 지켜야 하다보니 부득이 하게 배우들이 참석하지 않는 행사가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과연 고현정이 등장했을 경우 이전 작품에 대한 어떤 언급이 있을지 주시하는 여론을 의식한 결과물이었다.
한PD는 고현정의 캐스팅에 대해 “그의 캐릭터 이자경은 피해자이면서도 가해자인 인물이다. 자신의 아픔에는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타인의 아픔에는 둔감하다”면서 “사실 이전 <리턴>에서의 논란이 있었지만 이러한 양가적인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는 배우가 고현정이 최적이었다. 촬영을 같이 해봐도 역시 옳은 선택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박신양과 고현정이 공존하는 현장에 대해 “두 분은 잘 지내고 계신다. 그리고 연출자인 제게 힘이 되고 있다.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표현을 안 쓰시고, 두 분 다 있는 그대로 이야기를 해주시기에 오히려 현장 분위기는 좋고, 저 스스로도 복 받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박신양과 고현정은 동국대 연극영화학과에서 각각 86학번, 90학번으로 재학해 선후배 관계였으며 고현정이 2012년 동국대 출신 영화인들과 의기투합해 만들던 영화 <미쓰 고>가 감독 교체 등으로 부침을 겪자 박신양이 의리로 합류하는 등의 인연을 갖고 있다.
한PD는 시즌 1과 다른 시즌 2의 차별점에 대해 “좀 더 큰 그림”을 언급했다. 시즌 1은 어린이집이나 재건축 지역 등 각종 현안이 에피소드 중심으로 나열하는 구조였다면 이번 시즌은 변호사 조들호가 맡는 각종 사건들이 결국 날줄과 씨줄로 엮여 이자경과 대립하는 큰 사건과 이어져 있다는 점이 다르다.
한PD는 “첫 시즌이 캐릭터와 각종 미덕을 그대로 가져오되 조들호의 캐릭터를 첫 시즌과 다르게 딜레마에 빠진 인물로 설정했다. ‘변호사가 자기 확신을 잃는 상황이 오면 어떻게 할까’ 하는 가정 아래 에피소드 하나 뿐 아니라 대한민국 법조계 그리고 대한민국 전체의 딜레마 상황을 조명해 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작품에는 박신양, 고현정을 비롯해 최승경, 이민지, 변희봉, 조달환, 이미도, 손병호 등의 배우들이 출연한다. 7일부터 매주 월, 화요일 오후 10시에 KBS2에서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