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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큐레이터 특집] 페미니즘 소설로 연대의 의미를 배우다 - 박혜진

<월간 채널예스> 2020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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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란 앞에서 끌어 주고, 뒤에서 밀어주며 전진해 나가는 최선의 방법. 자신 또한 누군가를 조력하는 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박혜진 평론가에게 페미니즘은 현재를 사는 우리 모두에게 달라진 상식과 달라진 교양의 기준선이다. (2020.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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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박혜진 작가


 

“나에게 꿈을 심어준 마샤, 그 꿈을 믿어 준 로렌, 그 꿈이 자라날 수 있도록 자양분을 제공해 준 릭, 마음속으로 가장 크게 박수 쳐 준 조지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82년생 김지영』 을 책으로 만든 10년 차 문학 편집자이면서 평론가인 박혜진은 왜 페미니즘과 관련해 기억해야 할 문장을 꼽아 달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을까. 글로리아 네일러라는 흑인 여성 작가가 쓴 첫 번째 소설의 헌사를. “이 짧은 문장은 감사의 말을 전하는 형태지만, 페미니즘이 지향하는 어떤 연대의 소중함을 보여 주는 문장이라고 생각했어요.” 한 사람의 꿈을 실현하는 건 그의 의지만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 연대란 앞에서 끌어 주고, 뒤에서 밀어주며 전진해 나가는 최선의 방법. 그럴 때 자신 또한 누군가를 조력하는 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박혜진 평론가에게 페미니즘은 현재를 사는 우리 모두에게 달라진 상식과 달라진 교양의 기준선이다. “젠더를 둘러싼 관념과 개념은 사회적으로 오랜 시간 구성된 거잖아요. 그런 관념을 해체하거나 넘어서는 것 역시 사회적으로 해나가야 할 일인데, 방법은 결국 이야기를 통해 여러 사람의 실질적인 삶의 형태를 경험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이야기야말로 경험의 언어니까요.”

 

젠더 감수성에 관한 한 최근 3년 한국 사회는 대전환의 시기였다. 그 시기에 어떤 감정의 언어가 생겼고, 새로운 개념이 생겼는지 학습하기 위해선 페미니즘 이야기야말로 필독의 영역이다. “소설가 윤이형의 『작은마음동호회』 는 2015년 이후 쓴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같은 시기 한국 문단, 한국 사회에서 일어난 젠더 관련 사건을 경험하며 느낀 혼란과 갈등을 다양한 주체를 통해 다루고 있어요. 동시대성에서 의미가 각별한 책이죠.” 사실 문학평론가 박혜진에게 페미니즘 책을 골라 달라고 청했을 때, 그건 난제에 가까운 일이었다. 소설의 양은 무궁무진한 데다, 페미니즘’만’ 다룬 책부터, 페미니즘’도’ 다룬 책들이 차고 넘쳤으니까. 이때 그가 적용한 기준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비슷한 것들을 다루는 소설’이었다. ‘공적인 자리에선 운도 떼기 힘든 사소하고 개인적인 경험, 하지만 그 개인의 경험이 사실은 공적이고 사회적인 경험’이라는 걸 보여 준 『82년생 김지영』  , ‘남성 정치인과 섹스 스캔들에 휘말렸지만, 인생은 쉽게 몰락하지 않으며 삶은 계속된다’는 이야기를 다룬 비바, 제인』  , ‘황색언론에 의해 소비된 여성이 일대 복수를 감행하는 스토리로 여성을 소비하는 폭력적인 시선을 되묻게 하는’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 ‘쇠락한 지역에 사는 흑인 여성이 자신을 둘러싼 딜레마를 다양한 관계 속에서 극복하는 메시지’를 전하는 『브루스터플레이스의 여자들』 이 그렇게 호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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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 『작은마음동호회』, 『비바, 제인』,

『브루스터플레이스의 여자들』,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박혜진 평론가가 이 호명 리스트를 통해 전하려는 건 무엇이었을까. “이 소설들은 개인이 실제로 어떤 맥락에서 고통받는지 긴 호흡을 가지고 보여 줘요. 그리고 다른 사람의 삶을 바라보는 시선과 판단이 좀 더 신중해야 한다는 걸, 우리를 둘러싼 벽과 넘어서야 할 개념을 삶의 언어로 채워 나가야 하는 걸 알려주지요” 여행이 언제 누구와 가느냐에 따라 느낌이 다르듯, 책도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게 읽힌다. 박혜진 평론가는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 각자의 독후감을 제출하더라도 중요한 것 하나는 꼭 빼먹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을 전한다. 바로, 연대의 힘.

 

 

 

 


 

 

작은마음동호회윤이형 저 | 문학동네
우리 사회를 조망하는 윤이형의 예리한 시선은 현실을 가득 채운 복잡미묘한 쟁점들을 관통한다. 일상에서 감내해야 하는 사적이지만 끈질긴 고민부터 약자와 소수자를 향한 혐오와 폭력의 문제까지, 작가는 지금 우리의 내면을 가장 뜨겁게 울리는 아우성에 귀기울여 정확하게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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