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리뷰] 18년차 초보 도시농부의 2025년 주말농장 개시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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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세월 동안 한두 해 정도는 거른 것으로 기억한다. 그동안 주말농장을 수없이 옮겨 다녔다. 이게 땅 없는 세입자의 설움이다. 멀게는 차로 1시간은 넘게 가야 하는 경기도 양평 어느 외진 곳에 주말농장을 얻기도 했고, 몇 해동안은 집에서 가까운 김포공항 근처에서 쏠쏠한 재미를 보기도 했다. 각 구청마다 주말 텃밭농장을 싼 값에 분양해주면서 주말농장 바람이 불기 시작한 이후부터는 사람들이 몰려 추첨 방식으로 바꾸면서 비싼 사설 주말농장을 전전하는 신세가 됐다.
올해 주말농장 전경
구청에서 분양하는 주말농장은 3~5만원 선이다. 절반은 개인이, 절반은 구에서 부담하는 식이다. 그 비용으로 4월에 개장해 11월에 폐장할 때까지 온갖 야채를 신선하게 먹을 수 있다. 땅 크기는 3평 정도다. 평수가 너무 작은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실제로 농사를 해보면 3평도 사실 엄청 큰 크기다.
사설 농장은 구청에서 분양하는 금액보다 많이 비싸다. 5~6년 전 처음 사설 농장을 이용할 때는 10만원이었는데 지금은 많이 올라서 평균 20만원까지 올랐다. 심지어 30만원까지 받는 곳도 있다. 대신에 구청 텃밭농장보다는 땅 크기가 살짝 더 크다. 5평 정도가 기본인데, 어떤 곳은 땅이 남아 20평 크기 정도까지 분양해 주기도 한다.
올해 주말농장은 지금까지 어느 농장보다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다. 가양대교를 건너자마자 고양 초입에 있는 농장을 선택했다. 차가 안 막히면 10분이면 닿을 거리다. 이 농장을 선택한 이유는 주말농장이 주말에만 가면 안될 것 같은 절박감 때문이다. 지금껏 주말에 한 번(바쁘거나 날씨가 안 좋으면 건너 뛰고 2~3주에 한 번 가기도) 가서 농작물을 키운다? 이건 사실상 방치에 가깝다. 농작물은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큰다는 옛말이 결코 틀리지 않다.
작년 농장도 차로 20분 정도 거리로 멀지 않은 편이었는데 여긴 단점이 몇 개 있었다. 농장을 가려면 재활용이나 폐기물 처리장을 거쳐서 가야 하는데 먼지를 뒤집어써야 하고, 비가 온 다음에는 땅이 질척거려 자동차 바퀴가 온통 흙으로 범벅이 되는 걸 감수해야 했다. 다행히 올해 새로 바꾼 농장은 가까우면서도 그런 단점에서 조금은 벗어나게 됐다.
2주 전에 퇴비 두 가마를 뿌려두었다.
두둑 4개에 비닐 멀칭을 했다.
급수 시설이 잘 되어 있어 물을 편하게 줄 수 있게 됐다.
장화는 필수다.
올해 농장은 언뜻 전체 크기는 천 평 정도 되는 듯하다. 자동차는 10여대 이상 너끈히 주차가 가능하고 텃밭 가장자리로 사람들이 먹고 마시며 쉴 수 있는 그늘막 쉼터 테이블이 대여섯 개 마련되어 있다. 또 지하수를 뽑아 호스로 물을 줄 수 있는 급수시설이 잘 되어 있다. 물쪼리로 일일이 나르는 불편을 하지 않아도 된다. 또 자체 비닐 하우스에서 종자를 직접 길러서 판매해 따로 종자 산다고 헤매지 않아도 된다. 지금까지 다녀본 주말농장 중에 인프라가 가장 잘 되어 있는 편이다.
지난 주말에 두 번째 간 주말농장. 지지난주에 와서 퇴비를 두 가마 뿌려두고 묵혔다가 땅을 고르고 이랑을 만들고 네 두둑에 비닐 멀칭을 씌웠다. 올해는 일단 감자와 함께 쌈채소 몇 가지로 시작했다. 알감자 5kg짜리를 주문했더니 생각보다 양이 많다. 절반은 요리용으로 남겨두고 나머지만 절반씩 잘라서 말렸다가 약 40여알을 심었다. 쌈채소로는 아삭이 상추와 겨자채, 양배추 몇 개를 종자로 심었다.
비닐하우스에서 직접 키운 종자들
올해 심은 쌈채소 몇 가지
이제 이 정도 했으면 이골이 날 법한데 여전히 초보농부 타이틀을 떼지 못하고 있다. 올해는 아내한테 제법인데 라는 칭찬을 들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
<ansonny@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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