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해외에 정착하고 싶다"…"한국 바꾸러 돌아오겠다" 엇갈려(서울=뉴스1) 양새롬 기자 = 70년 전 우리 선조들이 그토록 지키고 싶어했던 대한민국을 떠나려는 20대가 늘고 있다. 작가 장강명의 소설 <한국이 싫어서>가 출간 석 달만에 4쇄를 찍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소설 속 주인공 계나는 두 마디로 요약하면 "한국이 싫어서", 세마디로 줄이면 "여기서는 못 살겠어서" 한국을 떠난다. <뉴스1>이 만난 워킹홀리데이와 해외취업을 선택한 20대 남녀 2명 역시 비슷한 이유로 각각 한국을 떠났다.
◇"끝모를 무한경쟁·바쁨 속에서 더이상 살고 싶지 않아"
![[광복70년] "대한민국이 싫어서" 나라 떠나는 청년들](//onimg.nate.com/orgImg/na/2015/08/15/1500441_article.jpg)
2015.08.13/뉴스1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김모(29)씨는 지난 2월 캐나다로 떠났다. 한국에서 관광학을 전공하던 그는 학문이 실제 서비스업에 적용하기 쉽지 않다고 판단해 대학교 1학년 때 자퇴신청서를 냈다.
그 뒤로 겨울이면 군고구마 장사를 하고 여름이면 휴대전화 판매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2010년도에는 판매점 사장까지 올라 수입은 괜찮았지만 '재미'는 반감했다.
김씨는 곧 일을 그만두고 '사회적 기업'을 차렸다. 아프리카에 사는 어린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기 위해 책을 기부받아 보내는 사업이었다.
고등학생때까지만 해도 책과 담을 쌓았던 김씨는 이때부터 책을 늘 곁에 두고 시간이 날 때마다 꺼내 읽었다. 독서가 습관이 되고, 사업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다보니 더 큰 세상에 나가고자 하는 꿈이 생겼다.
그간의 사정을 친구에게 토로한 김씨는 2년 간의 기업 활동을 접고 캐나다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가진 것은 아무 것도 없었지만 김씨에겐 튼튼한 몸과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김씨는 "꿈이라고 하기 거창하지만 이것저것 열심히 하면서 살다보면 진짜 꿈을 발견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자전거를 배울 때도 일단 페달에 발을 올려야 앞으로 나아가면서 균형을 잡을 수 있다는 심정으로 티켓을 샀다"고 말했다.
20대를 바쁘게 보냈던 김씨는 지나온 날들에 대해 "아무 생각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것 같다"며 "그래서 캐나다로 아무 고민 없이 떠날수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김씨는 캐나다로 가며 캐리어 가방 하나만을 가져갔다.
김씨는 "더 이상 한국의 무한경쟁과 바쁨 속으로 돌아오고 싶지 않다"며 "그래서 더 간소하게 떠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김씨는 현재 캐나다 토론토에서 낮에는 옷가게에서 일하고 잠깐 시간이 나면 근처 일식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김씨는 "주 60시간의 고된 노동이 힘들게 느껴지지 않는다"며 "쉬는 시간에 근처 한적한 공원을 찾아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면 스트레스도 어느새 다 해소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이곳에서 결혼도 하고 가정을 꾸려 자연과 더불어 살고 싶다"며 "그 전에 일을 열심히 배워 어느정도 자리를 잡을 생각이다"고 밝혔다.
◇"한국이 다양성을 받아들이고 감사하는 나라가 됐으면"
지난 7월8일 전하늘씨가 속한 팀의 단합대회(팀아웃) 기념사진. (전하늘씨 제공.) ⓒ News1
"산(山)은 사람을 품을 수가 없는데 하늘씨는 모난 산 같다. 하늘씨를 깎아서 호수로 만들어줄게."
전하늘(27·여)씨는 2011년, 당시 다니던 회사의 상사에게 이런 소리를 들었다. 전씨는 그 말이 "무서웠다"고 회상했다.
"저말은 곧 제 개성을 깎겠다는 거잖아요. 열심히 일하고 운이 좋다면 대리가 되고 과장, 차장, 부장으로 올라갈텐데 끝이 보이는 그 미래가 제가 원하는게 아니었어요. 차라리 제가 원하는 미래가 있을지 모르는 가능성 있는 삶을 선택하자 싶었죠."
전씨는 그 길로 대기업에 사표를 던지고 나왔다. 그리고 일주일 만에 싱가포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외국으로 나간 이유에 대해 묻자 전씨는 "한국에 있으면 비슷한 삶을 사는 사람들과 나를 끊임없이 비교하게 된다"며 "외국에 나가면 적어도 비교의 틀 안에서 벗어나게 되니 외국을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씨의 말을 빌려 "한국 출신에 경력직도 아닌 바로 졸업한 애"를 외국계 회사에서 뽑아줄 리가 없었다. 전씨는 현지에서 사람을 사귀고 영어를 배우면서 약 4달 동안 구직활동을 했다.
전씨는 한국에서 관련 회사에 근무한 이력을 살려 오일과 가스에 특화된 헤드헌팅 회사에 취업을 했다. 전씨는 이 직장에서 한달에 2500 싱가폴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200만원을 받았다. 전씨는 "말이 정규직이지 당시 받은 노동비자 S-pass로는 신용카드도 만들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전씨는 "사람이 지닌 본질적 성격보다 환경의 영향이 더 크다"면서 "한국에서는 그냥 열심히 살기만 했다면, 외국에서는 뭘 할지를 고민하고 결정하는 과정에서 성장했다"고 말했다.
전씨는 새로운 것을 더 배우기 위해 지난 2014년, 비즈니스 전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로 유명한 링크드인으로 이직했다.
전씨의 최종 목표는 한국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것. 전씨는 "한국이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서 다양성에 감사하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며 "절대적으로 옳은 것이나 동일한 목표가 사라지면 사람들이 서로를 덜 비교하고 자신의 목표를 찾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에 대해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그동안 한국사회는 성장률은 더디지만 꾸준히 성장해 부자가 됐지만 상대적으로 개인들은 열심히 살아도 가난해졌다"며 "한국사회에서 기회 자체가 워낙 협소해지다보니 미래에 대한 기대가 사라진 청년들이 한국을 떠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누구나 만족할 수는 없겠지만 어느정도 용인할 수 있는 수준에서 파이를 나눌 수 있는 거버넌스가 갖춰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flyhighr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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