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옷소매' 이준호 "이세영, 정말 사랑스러웠다"
"상대 배우와 연기하고 있을 때 이 사람이 너무 좋아질 때가 있는데, 정말 연기를 잘 때예요. 나 역시 그 사람에게 그렇게 비쳐지고 싶고, 서로 연기를 하다 보면 희열을 느낄 때가 있어요. 주고받는 합이 굉장히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촬영 현장에서 세영씨는 장난도 잘 치고, 분위기를 잘 이끌어주는 사람이었어요. 저같은 경우 이 드라마 전까지는 현장에서 절대적으로 NG를 내고 싶지 않은 사람이었어요. 일말의 빈틈도 허용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었죠. 그런데 이번 현장은 너무 편안하게 할 수 있는 환경이었고 NG를 내도 서로 다독이고 할 수 있는 환경이었어요. 세영 배우와 자연스럽게 동화됐어요. 서로 힘이 됐죠. 굉장히 (호흡이) 좋았습니다."
영조 역 이덕화와의 호흡도 특별했다. 이덕화는 '옷소매 붉은 끝동' 제작발표회에서 이미 이준호에 대해 '이렇게 괜찮은 애가 없다', '진실성이 있다'며 호평을 한 상황. 실제 촬영장에서의 호흡은 어땠을까. 이덕화가 자신에 대해 건넨 극찬에 대해 이준호는 어떤 마음일까. 그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그런 칭찬을 해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더라. 내가 정말 진정성 있는 연기를 했나 돌이켜 보기도 했다"며 쑥스러워했다.
탄탄한 대본으로 '2021 MBC 연기대상' 작가상까지 거머쥔 정해리 작가, 올해의 드라마상에 빛나는 연출을 맡은 정지인 PD에 대한 고마움도 전했다. 연기대상에서 미니시리즈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이준호는 배우에게 믿음을 심어준 작가, 연출에 연신 고마움을 드러냈다.
"'옷소매' 대본의 힘에 대해 말씀드렸는데, 대본을 7부까지 보고 (출연을) 확정했어요. 작가님은 늘 믿음이 있었고, 주시는 대사 하나하나가 묵직하게 다가왔어요. 이 대사를 어떻게 표현해볼까 하는, 재미있고 좋은 스트레스를 받게 해주신 것 같아요. 또 너무 멋있는 대사라, 어떻게 최대한 담백하게, 듣는 사람에게 기분 좋게 들리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어요. 작가님과 촬영 중간 직접적으로 소통을 하진 않았지만 굉장히 믿음을 가지고 작품에 임했죠."
"정지인 감독님은 현장을 정말 사랑하는 분이셨어요. 8~9개월, 길게는 1년 동안 이 드라마를 준비하시면서 힘드셨을텐데 절대적으로 힘든 티를 내지 않으셨고 현장에서 늘 좋은 분위기를 이끌어가셨죠. 특히 감독님의 웃음소리가 너무 큰 힘이 됐어요. 내가 뭘 하든 믿어주셨고, 디렉팅을 주셨죠. 또 언젠가 디렉팅이 없을 땐 배우를 믿고 간다는 믿음까지 주셨기 때문에 책임감을 갖고 작업했죠. 유연함과 포용력에 감동을 받았고, 멋있는 감독님인 것 같아요. TMI로 말씀드리자면, 감독님이 가장 크게 웃으셨을 때가 제가 수염 분장을 처음 했을 때였는데, 그 웃음소리에 큰 힘을 받았던 것 같아요.(웃음)"
"'김과장'에서 서율 역을 했을 때도 이런 칭찬을 받았는데, '아 정말 열심히 하니 칭찬 받는구나' 싶어요. 앞으로도 그 인물과 혼연일체가 되려 노력하면서 좋은 인생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2010년,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아직 자신의 계절이 오지 않았다'고 다부지게 말했던 이준호. 이후 10년간 쉼 없이, 꾸준히, 올곧게 자신의 길을 걸어온 그는 짧지 않은 시간과, 그 시간 동안 더해진 노력의 힘으로 무척이나 단단해져 있다. 그렇게 지난해 2PM '우리집' 역주행의 수혜자가 되더니, 그 자신의 선구안과 노력 하나로 '옷소매 붉은 끝동'을 만나 톱스타이자 배우로 발돋움하며 '이준호의 계절'을 만들어냈다.
당시의 이 발언에 대해 언급하자 이준호는 "최근 영상들이 다시 올라오더라"며 아련한 표정과 함께 지나온 10년의 시간을 떠올렸다. "그 때가 그립다는 생각을 하는 걸 보니 서른이 넘어서 그런가 싶기도 한데(웃음), 사실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그 때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는 것 같다는 거예요. 저는 지금도 늘 꿈을 꾸고 있습니다. 결과론적으로 드라마가 잘 됐고, '우리집'이라는 노래가 역주행해서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제가 염원했던 계절이라는 칭찬을 해 주시는데, 저는 어렸을 때부터 내가 염원했던 대로 살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아요."
이준호는 "꾸준함이 (나의) 큰 원동력이라 생각한다. 물론 지금도 대단한 사람은 아니지만, 10년 전의 내가 어리고 뭔가 덜 성숙했다면 지금은 더 성숙해진 것 같은데 그 비결은 꾸준함인 것 같다"고 자평했다. 그는 "꾸준히 천천히 묵묵히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그 모습을 요즘 많은 분들께서 찾아주시고 사랑해주시는 것 같다. 그래서 좋은 흐름으로 봐주시는 것도 기분이 좋고, 그런 긍정적이 힘이 다른 분들에게도 도움이 된다면 기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열살 남짓, 어린 나이에 연예인의 꿈을 키우며 오디션에 도전한, 연예인이 되고 싶었지만 사람들 앞에 서는 게 부끄러워 자신이 가진 것을 마음껏 펼쳐내지 못하던 그 자신을, 거울을 보며 엄하게 다그치던 이 악바리 소년은 그렇게 오랜 시간 자신의 길을 다져와, 어느덧 전 세대를 사로잡으며 대배우의 길을 향해 우직하게 걷고 있다.
"저는 요즘도 생각해요. 아무리 생각해도 저는 연예인으로 타고난 게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늘상 편안하진 못하죠. 어떤 현장에서도, 이게 천성에 맞아서 하는 건 아니에요. 그저 즐거울 뿐인 거죠. 거울을 보며 제가 혼자 다그칠 때가 여전히 기억에 많이 남는데, 그 때의 나보다는 그나마 조금 나아져 이젠 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됐다는 것, 노력해서 보여줄 수 있다는 것 같아요. 앞으로는, 계속 큰 꿈을 꾸면서 오랫동안 활동하고 싶어요. 어찌 보면 지금의 이 모습처럼 오랫동안 활동하고 싶다는 게 굉장히 큰 꿈일 수 있는데, 그 꿈을 꼭 이루고 싶고,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전역 후 컴백작을 성공적으로 마친 이준호는 1월 25일 생일을 기념해 오는 22~23일 단독 팬미팅으로 팬들을 만난다. 그는 "오랫동안 나를 기다려주신 팬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은 기회이기 때문에, 천천히 대화를 나누면서 어떻게 지냈나, 어떻게 살아왔나를 얘기하고 싶다"며 설렘을 드러냈다. 그는 "춤, 노래가 가득하다기보다는 인간 이준호의 모습을 좀 편안하게 돌아볼 수 있는, 앞으로를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싶다"는 포부도 들려줬다.
[박세연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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