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포텐 폭발 신혜선, 이 정도면 드라마 퀸 김희애의 후예

박생강 칼럼니스트 입력 2021. 2. 16. 17:13 수정 2021. 2. 16.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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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선의 드라마라면 황금빛 재미 보장할 거라 기대하는 이유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1990년대 드라마에서 김희애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이미 1980년대 KBS 일일극 <여심>에서부터 이미 주인공이었지만, 1990년대 초반의 김희애는 또 달랐다. MBC <아들과 딸>, <폭풍의 계절>로 이어지는 시기에 김희애는 원톱 여주인공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물론 <아일과 딸> 이후남과 <폭풍의 계절> 이홍주의 캐릭터는 극과 극으로 다르다. 1960~70년대 남아선호사상의 희생자 후남은 인생의 고통을 꾹꾹 눌러가며 천천히 전진하는 인물이다. 반면 홍주는 비극적 운명 앞에서 직진하는 인물이다. 두 명의 캐릭터는 각각 다르지만, 어쨌든 두 작품 모두 김희애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는 극이었다. 또한 여주인공의 사랑보다는 여주인공이 처한 삶의 무게, 그리고 그녀가 지닌 강렬한 성격이 중심인 드라마였다.

이전과 이후에도 김희애는 수많은 주말극과 일일극의 주인공이었지만, 그녀가 90년대의 배우로 각인된 시기는 이때일 것이다. 이후 90년대의 대작과 로맨틱코미디 드라마가 쏟아졌어도 대중들이 김희애를 90년대 드라마의 중심으로 기억하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더구나 그녀는 30여년이 지난 2020년에 JTBC <부부의 세계>로 다시 한 번 여주인공 원톱 드라마의 저력을 드러냈다.

한편 2020년대 드라마의 판세는 정신없이 바뀌고 있다. 영원한 드라마의 스테디셀러일 것 같던 로맨틱코미디물의 인기는 쪼그라들었다. 그 자리를 스릴 넘치는 장르물이 파고들거나, 힘든 시기에 편하게 볼 수 있는 코미디가 파고들었다. 당연히 여주인공 원톱 드라마가 자리를 잡기가 쉽지는 않다.

그런 상황에서 배우 신혜선은 굉장히 이례적인 배우다. tvN <비밀의 숲>에서 스릴러에 어울리는 영은수 검사의 가라앉은 연기를 보여준 이 배우의 다음 행보는 모든 드라마적 요소가 다 섞여 있는 KBS 주말극이었다. 어쩌면 KBS 주말극의 마지막 수작일지 모르는 KBS <황금빛 내 인생>에서 신혜선은 <아들과 딸>의 이후남 못지않은 비극적 운명의 주인공 서지안을 만난다.

<아들과 딸>에서 이후남의 비극은 남아선호사상이다. <황금빛 내 인생>의 서지안의 비극은 바로 자본과 윤리다. 누구보다 윤리적인 사람이었던 서지안은 재벌가의 딸로 살 수 있는 황금빛 기회를 잡지만, 이후 그녀의 삶은 나락으로 떨어진다. 모든 드라마적 플롯이 엮여 있는 주말극다운 이 드라마에서 신혜선은 본인의 몫을 톡톡히 해낸다. 신인배우였기에 스타성보다는 풍부한 감정 연기와 정확한 발음이 보여주는 성실한 배우다운 모습으로 점점 팬층을 다져가기도 했다.

이후 그녀는 주말극이 아닌 기존의 로맨틱드라마와는 다른 로맨스물의 노선을 걷는다. 실제 타임워프는 아니지만 타임워프의 성격이 있거나 혹은 판타지적 설정이 강한 작품들이었다. 이 드라마에서 신혜선은 장르물과 주말극 연기 사이의 간극을 미묘하게 줄타기하면서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그리고 2021년 tvN <철인왕후>의 김소용으로 확실히 원톱 드라마 여주인공으로 방점을 찍은 인상이다. 극 초반 역사왜곡 논란 등과 부딪치면서 드라마의 인기를 끌어간 것은 21세기 남자의 영혼이 빙의된 조선시대 철종의 왕후 김소용의 코믹 연기였다. 극적으로는 재밌지만 자칫 유치할 수 있는 장면들을 신혜선이 깨알 같이 살려나간 것이었다.

여기에 더불어 중반부에 김소용의 진지한 각성 장면에서는 평소 보여준 진중한 연기를 보여주었다. 물론 곧바로 이어지는 코믹한 상황들과도 절묘하게 각을 맞춰나갔다. 결국 그녀의 팬이건 아니건 간에 <철인왕후>에서 신혜선의 김소용 연기는 감탄할 수밖에 없는 지점들이 있었다. 신혜선의 연기 덕에 껄렁껄렁한 장봉환(최진혁)의 영혼과 까칠하고 예민했던 원래의 김소용이 어우러져, 모두에게 호감 가는 인간형으로 바뀌어가는 인상까지 주었다. 신혜선은 역시나 본인의 캐릭터는 찰떡같이 연기하는 철종 역의 김정현의 호흡은 물론이고 다른 배우들과의 호흡 역시 빼어나게 소화했다.

이쯤 되면 원톱으로 <철인왕후>를 이끌어간 신혜선은 2020년대 안방극장의 포스트 김희애로 불릴 법도하다. 더구나 신혜선은 정극을 베이스로 장르물과 코미디 중심인 최근 드라마판에 어울리는 연기 감각까지 지녔다. 그러니 이제는 그녀의 드라마는 황금빛 재미를 보장할 거라 기대해도 괜찮지 않을까?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tvN, MBC, JTBC,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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