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시혁 “SM 인수 포기, ‘졌잘싸’라고 하겠지만…”

이은호 입력 2023. 3. 15.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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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시혁 하이브 의장.   사진=임형택 기자

“저는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전쟁으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SM 인수를 포기했으나) SM 기업구조 개선에 기여하고, 미래 사업의 가장 중요한 축 중 하나인 플랫폼에 관해 카카오와 합의를 끌어냈다는 점에 만족합니다. 제가 뭐라고 말씀드린들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고 하시는 분들은 계시겠지만요. 하하하.”

SM 경영권을 카카오에 넘기기로 최근 결정한 방시혁 하이브 의장의 말이다. 방 의장은 15일 서울 태평로1가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포럼에서 SM 인수 포기에 관한 질문을 받고 “하이브스러운 선택을 내렸다”며 이같이 답했다.

“예상보다 치열했던 SM 인수전, 성과는 있었다”

방 의장이 들려준 SM 인수 막전막후는 이랬다. 하이브는 2019년과 2022년 두 차례에 걸쳐 SM에 인수를 타진했으나 거절당했다. 하이브 내부 여론도 ‘글로벌 성장 동력을 위해 덩치를 키워야 한다’는 찬성파와 ‘SM을 인수할 돈을 미래와 혁신에 쓰는 게 더 낫다’는 반대파로 나뉘었다고 한다. 방 의장은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SM 인수가 꼭 필요하다고 보긴 어렵다’며 마음을 접었으나, SM 경영진과 분쟁을 겪던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가 지분 인수를 제안하며 상황이 급변했다. 하이브는 이 전 총괄이 보유한 지분 일부를 인수해 SM 지분 14.8%를 갖게 됐다.

방 의장(왼쪽), 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 빅히트뮤직, SM엔터테인먼트

SM 경영진은 카카오와 손을 잡고 하이브에 맞섰다. 하이브는 SM 소액 주주를 대상으로 공개매수에 나섰지만 SM 주가가 치솟으며 목표한 지분을 손에 넣지 못했다. 그 사이 여론전은 진흙탕 싸움으로 번졌다. 이성수 SM 공동대표는 이 전 총괄의 역외 탈세 의혹 등을 제기했다. 하이브는 SM과 카카오가 맺은 사업협력 계약을 을사늑약에 빗대며 맹공했다. 한 달 넘게 이어진 양측 싸움은 하이브가 SM 인수를 포기하는 것으로 지난 11일 막을 내렸다. 다만 하이브는 카카오와 플랫폼 사업을 협력하기로 했다.

방 의장은 “인수전이 이렇게 치열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SM 인수전으로 인한 비용이) 우리가 생각한 SM 가치를 넘어선다고 느끼면서 고민이 시작됐다. 숫자(금액)로 보이는 비용 외에도 수많은 시간과 노력, 구성원의 감정 소모 등 유무형의 비용이 더 컸다”면서 “시장이 과열된 상황에서 하이브의 주주가치를 훼손하고 시장 가치를 흔들면서까지 인수전을 이어갈 순 없겠다고 판단했다”고 SM 인수 포기 이유를 설명했다.

하이브가 어떤 방식으로 카카오와 플랫폼 사업을 협력할지는 밝히지 않았다. 일각에선 SM 소속 아티스트들이 하이브가 운영하는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에 입점하는 방식을 거론하고 있으나, 방 의장은 “빠른 시간 내에 실질적인 협업이 이뤄지도록 준비하고 있다는 정도로만 말씀드릴 수 있다”고 말을 아꼈다. 하이브가 보유한 SM 지분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결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실무진이 휴가를 보내고 있어 논의를 시작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방 의장은 “합리적이고 도리에 맞는 선택을 할 것”이라고만 귀띔했다.

방 의장.   사진=임형택 기자

하이브에 남은 숙제는

하이브에게 남겨진 또 다른 숙제는 이 전 총괄 지분을 인수하며 맺은 계약이다. 앞서 하이브는 이 전 총괄의 잔여 지분 3.65%에 대한 풋옵션(특정 시기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지분을 팔 권한), ESG 사업에 10년간 100억원 지원 등을 이 전 총괄에게 약속했다. 하이브가 이 계약을 모두 이행하려면 약 1840억원을 추가로 지출해야 한다. 특히 이 전 총괄이 벌이는 ESG 사업이 그의 부동산 사업권 욕심과 연관이 있다는 이성수 SM 대표이사 폭로 이후 하이브도 도마 위에 올랐다.

방 의장은 “(논란 당시) 억울한 면이 있었다”고 했다. 하이브가 이사회에서 승인받은 ESG 사업 예산을 이 전 총괄이 제안한 재단 등에 지원하는 방식일 뿐, “개인(이 전 총괄)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조항은 없다”고 다시 한번 선을 그었다. 다른 계약 조항에 관해서는 “무조건 이행을 전제로 한 계약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법적인 문제는 더 논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총괄은 방 의장에게 ‘(경영권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데 왜 멈추느냐’는 취지로만 말했을 뿐 별다른 감정을 드러내진 않았다고 한다.

SM 인수 추진 과정에서 상처받은 팬들을 달래는 것도 하이브가 짊어진 과제다. 하이브의 SM 인수는 두 회사 소속 가수 팬덤 모두에게 달갑지 않은 이슈였다. 특히 SM 소속 가수 팬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일부 팬들이 하이브의 SM 인수에 반대한다며 트럭 시위를 벌일 정도였다. 전문가들도 “SM 경영권 분쟁에서 아티스트와 팬덤은 방패막이로 사용될 뿐, 그들 목소리는 너무나 경시되고 있다”(김도헌 음악평론가), “팬덤은 경영권 분쟁에 개입하기 어려워 패배감과 분노를 동시에 겪고 있다”(이지행 동아대 젠더·어펙트연구소 전임연구원)고 지적했다.

방 의장은 “기업(기획사)이 어떤 역할을 했든 K팝 산업을 이끈 존재는 아티스트”라며 “하이브와 카카오 모두 아티스트와 팬들에게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시작한 인수였으나, 그 과정에서 아티스트와 팬들을 배려하지 못했다. ‘우리 사업의 본질은 아티스트의 팬덤의 행복인데, 이렇게까지 두 집단을 괴롭게 하는 게 옳은가’라는 생각에 밤잠을 이루지 못할 만큼 슬펐다. 그분들에게 먼저 사과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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