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차정숙’ 김예은 “욕 DM에 깜짝…저 많이 얄미웠죠?” [인터뷰]

유지혜 기자 2023. 6. 13.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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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매니지먼트 봄
신예 김예은이 JTBC 드라마 ‘닥터 차정숙’을 통해 안방극장에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다.

그는 4일 종영한 ‘닥터 차정숙’에서 구산대병원 가정의학과 1년차 레지던트 문채윤 역으로 등장했다. 20여 년을 가정주부로 살다 뒤늦게 의사의 꿈을 펼치기 위해 레지던트 생활을 시작한 차정숙(엄정화)에게 힘든 일을 은근히 떠넘기는 등 얄미운 행동을 일삼는 캐릭터다.

드라마가 18.5%(닐슨코리아)의 시청률을 찍을 만큼 큰 인기를 끌자 김예은에게도 시청자의 ‘눈총’이 쏟아졌다. 캐릭터의 밉살스런 면모를 한껏 뽐낸 탓이다.

최근 서울 서대문구 스포츠동아 사옥에서 만난 그는 “SNS로 싸가지가 없다는 내용을 살벌하게 적은 다이렉트 메시지(DM)를 받고는 깜짝 놀란 적도 있다”면서 “캐릭터를 잘 보여줬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하기도 했지만, 언젠가는 실제와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꼭 알리고 싶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Q.드라마를 하며 가장 어려웠던 것은.

“뜻밖에도 헤어스타일이었어요. 평생을 긴 머리카락을 유지했는데 드라마에 캐스팅된 후 처음으로 단발머리를 해봤거든요. 발랄해보였으면 좋겠다는 제작진의 의견에 머리카락을 잘라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 어울리지 않을까봐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웬걸? 머리카락을 싹둑 자르고 나니 거울 속에 엄마가 앉아있더라고요. 하하하! 손질이 어렵기는 했지만 그래도 엄마의 모습과 많이 닮아 다행이었어요.”

Q.캐릭터로 욕을 많이 먹었다.

“시청자 분들이 이렇게까지 분노할 줄은 몰랐어요. 제 출연 장면들을 모은 유튜브 영상의 댓글창이 아주 살벌하던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댓글은 ‘박연진 같은 애를 만났어야 했다’는 내용이었어요. 정말 기발하지 않나요? 오죽하면 엄마께서 주변에 ‘딸내미가 TV에 나온다’고 자랑하시니까 모두가 ‘아, 그 싸가지!’라고 알아보셨대요. 그걸 들으면서 내가 정말 얄미웠구나 싶더라고요.”

사진제공 | 매니지먼트 봄
Q.실제로는 순한 인상이다.

“1차 오디션에서 받은 대본 내용이 화내면서 욕하는 장면이었어요. 제작진 분들이 연기를 보더니 ‘의외로 화가 많네?’라며 만족스러워하셨어요. 웃을 때 사랑스러운 매력이 있으니 마냥 밉지는 않을 거라며 제게 문채윤 역을 맡기셨죠. 짧은 분량에도 많은 분들이 기억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에요.”

Q.선배들과 호흡은 어땠나.

“엄정화 선배님께 못된 말을 쏟아내는 장면에서는 늘 손이 달달 떨렸죠. 그럴 때마다 선배께서 깔깔 웃으면서 ‘야, 너 뭐야! 맘껏 해!’라며 엄청 편하게 해주셨어요. 정말 감사했어요. 드라마가 잘 되고나서는 제 또래들에게 ‘너희들이 더 큰 활약의 기회를 얻게 된 게 제일 기쁘다’고 말해주셨죠. 명세빈 선배는 감독님께 ‘우리 채윤이 분량 좀 많이 늘려주세요’라고 종종 말하셨어요. 요즘에도 옷가게 아르바이트와 연기를 병행한다는 제 말에 ‘네가 이런 시간을 겪었기 때문에 더 좋은 배우가 될 거야’라고 독려해주셨어요.”

Q.또래들과 의지도 많이 했겠다.

“어쩌다보니 서정민 역의 송지호, 서이랑 역의 이서연, 최은서 역의 소아린 등 동료들과 함께 매주 방송을 함께 봤어요. 첫 방송을 선배님들까지 다 함께 모여 봤는데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그래서 하나 둘씩 매주 모이게 됐어요. 촬영 때에는 많이 겹치지 않아 친해지지 못했는데 오히려 다 함께 ‘본방사수’를 하느라 엄청 친해졌죠. 이대로는 아쉬우니까 후속드라마인 ‘킹더랜드’ 1화라도 다 같이 모여서 보자는 얘기까지 했다니까요. 하하!”

Q.2016년 제86회 전국춘향선발대회 숙 출신이다.

“재미있는 경험이었어요. 외가가 남원인데, 친척들이 장난삼아 나가보라고 말한 걸 진심으로 들은 거죠. 처음에는 외할머니가 사는 동네에서 열리는 대회이고, 남원에 대해 물어보면 누구보다 잘 대답할 자신이 있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나갔어요. 그런데 합숙을 비롯해서 준비 과정이 정말 힘들어서 ‘나 떨어지면 할머니 창피해서 어쩌지’하며 엉엉 울었다니까요. 다행히 입상해서 춘향제 기간 동안 한복 입고 동네를 누비니 할머니께서 신나하셨어요.”

사진제공 | 매니지먼트 봄
Q.연기는 언제부터 시작했나.

“어머니와 오빠가 동양화가이고, 아버지는 음악을 전공했어요. 가족이 전부 예체능 계열이라 저만은 공부로 승부를 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고2때부터 연기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어요. 열망이 커져서 홀로 공개 오디션을 가보기도 했죠. 부모님께서도 제가 진심이라는 걸 알고나서는 열심히 응원해주셨어요.”

Q.지금껏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드라마에 캐스팅돼 의상까지 맞췄다가 출연이 무산된 적도 있어요. 자꾸만 기회가 잡힐 듯 안 잡히니까 나만 잘 안 되는 것 같아서 좌절감이 들었죠. 결국 다른 직업을 준비해보자 싶어서 예술경영대학원에 진학했어요. 그런데 오히려 다른 걸 해보니 연기야말로 내가 제일 잘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이번에 대본 리딩을 할 때 단역 대사를 제가 맡아서 했는데, 엄정화 선배님께서 ‘안정감 있고 훈련이 잘 된 친구 같다’고 칭찬을 해주셨어요. 그 순간 우여곡절을 보상받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잘 버텼구나 싶었어요.”

Q.새로운 목표는?

“예전에는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물으면 대체불가한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어요. 그런데 요즘엔 ‘일 많이 하는 배우’라고 답해요. 거창하지 않아요. 꾸준히 연기를 하는 사람이고 싶어요. 무엇보다 엄정화, 명세빈 선배 등 이번 드라마에서 만난 모든 선배들처럼 좋은 어른이자 선배, 배우로 성장하고 싶어요. 그러려면 버텨야죠. 당분간은 존중하며 버티는, ‘존버’를 목표로 삼겠습니다. 하하!”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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