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에 이 영화를 보았다는 것은 큰 행운일 것이다. 사람을 감동시키는 영화는 1년에도 몇 편씩 나온다. 그런데 이 영화는 아예 말문을 막아 버린다. 이 영화를 보고나서 감상문을 쓰고 싶어도 도무지 머리 속이 텅 빈 것 같다. 영화를 보고서 이런 느낌을 주는 작품은 몇 안된다.
백조의 호수는 차이코프스키가 만든 발레곡인데, 오데뜨 공주와 지그프리드 왕자의 비극적인 사랑을 담고 있다.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오데뜨 공주의 비극적인 운명을 담고 있다 하겠다. 사람이 되기 위해서 왕자의 사랑을 얻어야 하는 인어공주와 마찬가지로, 백조의 호수에 나오는 오데뜨 공주는 저주에 걸린 자신을 구해줄 왕자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사악한 마왕(혹은 마법사)은 진정한 사랑을 얻었고 왕자의 선언을 기다리는 백조 공주를 나락으로 빠뜨린다. 자신의 딸 흑조 공주를 오데뜨인양 소개시켜서 왕자의 맹세를 무산시켜버리고 끝끝내 오데뜨는 벗어나지 못한다.
이 영화는 발레영화이다. 빌리 엘리어트 같이 가벼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정통 발레극 백조의 호수를 보여 줄려고 했다. 중간중간에 발레 관련 내용들이 나오는데, 배우들이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항상 하던 주제에서 벗어나 "백조의 호수"를 재해석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래서 현대인들의 욕망을 상징하는 흑조를 중심으로 "Black Swan"을 공연하겠다 나섰다. 그런데 백조와 흑조가 틀렸던 옛날과 다르게 새 해석에서는 백조와 흑조를 같은 인물이 하도록 했다.
순진(혹은 순박)하고 발레 밖에 모르는 주인공 나탈리 포트만은 어떻게든 그 배역을 따 내고 싶었다. 하지만 엄마의 보호 아래 자란 나탈리 포트만은 흑조를 표현할 길이 없다. 연출자는 나탈리에게 과감하게 도전하라고 한다. 배역에 대한 도전으로 나탈리는 점점 백조에서 흑조가 된다. 그리하여 끝끝내 모든 일을 양면으로 보게 된다.
마지막 부분에서, 어머니의 얼굴, 그리고 릴리와 연출자의 얼굴을 제대로 본 사람이라면 포트만의 연기가 그리고 감독의 설정이 얼마나 치밀한지 느꼈을 것이다. 레옹 이후 큰 성공이 없었던 나탈리 포트만이 이번 영화로 이미지가 크게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적극 추천하고픈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