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살아보세 Mission Sex Control , 2006
요약 한국 | 코미디 | 2006.09.28 | 12세이상관람가 | 120분
감독 안진우
출연 이범수, 김정은, 변희봉, 전미선
2006년, 한국에서는 지극히 황당한 영화 한편이 개봉되었다. 2006년 한국 영화가 100여 편 넘게 개봉했지만, 그 중 100편은 손익분기점도 넘기지 못했다는데, 아마 그 100편에 이 영화도 포함이 될 것 같다.
영화의 성공과 실패를 떠나서, 이 영화에서는 근자에 보기드문 30년 전 한국 상황에 대해서, 그때 정치 및 정책 상황에 대해서, 최근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알 수가 있다.
지난 2006년, 인구 문제에 대해서 조사를 하면서, 현재 한국의 인구 문제 원인은 다름 아니라 그때의 정책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때 당시 정책은 지극히 멜더스적 인구론에 입각하여 입안하였다. 멜더스의 인구론은 식량이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는데 반해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고 했다. 하필이면 1960년대에 산업화를 이루면서 갑작스레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고 위기감을 느낀 정부는 영화에서와 같은 "가족계획"을 실시함과 아울러 인구 정책을 "억제"로 몰고 갔다.
영화 속에서는 정책 추진을 매우 희화시켰다. 피임기구와 약을 사용하는 방법을 보여주었고, 가히 "전투적으로" 추진을 하게 되었다. 사람들을 모아 놓고 "잘 사는 방법"이 무엇인지 설교하기 시작했고 또 영화에서처럼 남자들은 즉석에서 정관수술을 진행하였다. 아이가 적어야 먹을 것이 많고 그래서 돈 많이 벌게 되니 잘 사는 방법이라고 믿게 만들었다.
좀 황당하게도 영화에서는 여전히 소작제를 실시하는 것으로 나와 있고 소작농과 지주의 갈등도 보여줬다가 신분갈등도 보여주는 등 오락가락하는 모습이다. (영화를 보라고 말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런데, 과연 멜더스적 인구론이 옳은 것인가. 아니 옳았을까. 그때 당시, 인구 증가율을 봤을때는 윗분들께서 놀랄만도 했다. 그 당시 추세라면 대한민국 땅이 좁아서 더 이상 수용을 할 수 없었을 테니까. 땅은 좁고 위기감은 컸고 먹고 살 길은 막막했으니까 당연히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서 강압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진행을 했었을 터이다.
지금, 인구 문제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튀었다. 그때 당시에는 인구 증가 문제였는데 지금은 인구 고령화가 핵심 사항이 되었다. 최근 10여 년 전부터 선진국의 고령화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했고 우리와 비슷한 환경에 있는 일본은 오래전부터 인구 문제를 해결하려고 무척이나 애썼다. (심지어 일본은 "노인 Z"라는 노인문제 관련 애니메이션도 만들었다. 그것도 1991년에.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25967)
영화를 평하려는 건 아니니 인구 문제에 대해서 논하기만 하자. 정책을 추진할때 다른 것보다 그 정책이 시간이 지나서 어떻게 영향을 미칠 것인가 고려해야 할 것이다. 적정 인구 비율이 있고 그 인구비율까지 맞췄다면 그 이후도 생각을 해야 할 것이다. 선진국과 일본의 인구 문제가 다르고 영국과 독일의 인구문제가 다르다. 모두 고령화로 고민을 하고 있지만, 그들과 우리의 고민 무게는 차원이 틀리다. 만약, 우리가 그때 당시에 자연 증가 자연 감소할 수 있도록 방치했다면 현재 우리는 지금처럼 이렇게 깊이 고민하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도, 영국도 고령화로 고민을 하고 있지만, 그들과 우리의 처지는 틀리다.
인구 증가에 따른 그들의 해결책이 그때 당시의 우리와 틀리듯이, 고령화에 따른 인구 문제에 대한 해결책 역시 틀리다. 그들은 생산성을 높여서 어떻게든 줄어든 노인 인구의 생산력을 향상시키고 전체적으로 생산성 향상 위주를 고려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는 다시끔, 출산율 증대를 위해서 정책을 추진하려고 한다.
환경이 바뀌면 그 환경에 적응을 해야 하고 그에 맞는 정책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때 당시 정책이 지금에 와서는 코미디 영화의 소재가 된 점을 기억하라. 앞으로 30년 뒤에, 아이를 낳기 위해서 피임기구를 없애는 황당한 영화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보장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