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마크 스티븐 존슨
출연 벤 애플렉 , 제니퍼 가너 , 마이클 클락 덩컨 , 콜린 파렐 , 존 패브류 , 조 판톨리아노
스파이더맨, 슈퍼맨, 배트맨, 플래시맨. 수많은 영웅들이 우리곁으로 왔다. 지난해에 스파이더맨이 우리 곁에서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면 올해에는 뻘건색의 데어데블이 왔다. 그런데 어떻게 된 것이 스파이더맨의 화려한 줄타기나 배트맨의 음울한 분위기가 나지 않는구나.
스파이더맨, 전시장에 가서 방사능 거미에 찔려서 거미인간이 될 수 밖에 없는 운명을 가졌다. 데어데블은 어린 나이에 방사능 물질에 눈을 다쳐서 눈을 제외한 나머지 신경들을 세배 네배 강화한 몸을 가지게 되었다. 몸만 훌륭한게 아니라 머리까지도 매우 똘똘하게 변하여 변호사 시험에 합격까지 하였다. 그뿐인가. 어디서 배웠는지 모르겠지만 매우 탁월한 무술실력을 발휘한다. 낮에는 친구랑 변호사 일을 하고 밤에는 잠이 안 오는 것인지 어슬렁어슬렁 밤거리를 돌아다니며 부정한 일을 바로 잡는 행동을 하며 이중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다가 우연히 이쁜 여자를 만나게 되고 그래서 사랑도 싹트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아버지를 죽여서 필연적으로 적이 되지만 결국은 오해를 풀고 원수도 갚는다는 구조이다. 이야기 상으로는, 그다지 어려울 내용이 없지만, 아무래도 만화를 원작으로 하였으니 만화의 느낌을 전부 전달해 주지는 못할 것이다.
허지만, 이 영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다.
왜 꼭 방사능 물질이나 화학 약품에 의해서 기이한 능력을 가지게 되는가.
어느 영화에서나 모두 안 좋은 물질에 닿으면 특별한 능력이 생길 것이라고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런 구조가 장애인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것이라면 내가 별로 할 말이 없으나, 되려 이런 사고 속에는 장애인이 되어도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는 헛된 희망을 품게 해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누군가 개그에서 말하지 않았는가. "만화는 만화일뿐, 영화처럼 하지 말자."
아무리 청각이 발달했다고 해도 이건 좀 심하지 않은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여자가 이쁜 것 같아서 그 근처에 가서 작업을 한다거나, 박쥐처럼 초음파를 쏴서 되돌아 오는 모습으로 사물을 판단한다는 등의 설정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좀 심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만화라면야 만화 속에서 그 정도의 설정은 무난할 것이나 영화속에서는 무리가 아닐까 싶다. 움직이는 시소 위에 뛰어 오르는 모습이라든지 건물에서 뛰어 내려 청소용 곤돌라에 오르는 장면 등은 아무리 잘 봐주려고 해도 좀 너무한 것이 아닐까.
배트맨과 스파이더맨의 성공에 힘입어 만화 캐릭터를 영화로 옮기고자 하는 시도가 많이 있다. 그러나 만화와 영화는 분명히 다른 영역이고 표현할 수 있는 방법도 다르다. 만화에서 만든 이미지가 영화로 옮겨 갈 수도 있으나 그것이 꼭 만화와 같다고 볼 수는 없다. 영화는 영화만의 이미지가 있어야 한다. 마치 배트맨이 인간적인 고뇌들 좀 더 담았기 때문에 만화 배트맨의 흥미위주 진행보다 좀 더 관객들의 관심을 끌었던 것이 아닌가. 그런 면에서 이 영화 "데어데블"은 생각보다 만화의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한 면이 많은 듯하다. 스파이더맨 정도의 영화라면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을 해 줄만 하겠는데, 이 영화는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다. 뜨뜻한 로맨스가 있는 것도 아니고 가슴시린 감동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행여 보고 싶다면 비디오 한편 빌려 봄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