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Movie

미션(Mission) vs 아편 전쟁 1997

 

 

 

 영화는 역사를 대변하기도 하고 또 역사를 왜곡하기도 한다. 역사가 보는 자의 입장에 따라 다르듯이 영화도 보는 자의 입장에 따라 다르다. 그러니 평가하는 사람 입장에서야 "대변" "왜곡"을 논하지만 보는 자 혹은 만드는 자의 입장은 사뭇 어렵거나 곤란할 수 있다.

 

미개한 문명으로 몇백 년을 어둠 속에서 지내다가 드디어 과학의 힘을 발견하고서 제국주의 발톱을 세운 서구 유럽이 좁은 지네땅에서 밖으로 눈을 돌린 시점부터, 그네들 집단에 속하지 못한 대륙은 그 흉악한 발톱에 온갖 생채기를 입었다. 침략자의 입장과 피탈자의 입장이 서로 다른 관계로, 시대 배경이 다르지만, 두 영화를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 "입장"이라는 것이 영화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기 때문에 비교를 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아편 전쟁 (鴉片戰爭: The Opium War, 1997) :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8690

감독         :          시에진

출연         :          포국안, 임연곤

 

아편 전쟁을 다룬 영화는 이외에도 몇편이 더 있으나 1997년에 나온 이 영화만큼 심혈을 기울인 영화가 없다고 판단하여 이 영화를 기준으로 설명한다. (참고로 1997년은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된 해이다. 더불어, 아편 전쟁을 통해서 홍콩이 영국으로 넘어갔다. )

무엇이든, 시대적 배경이 중요하다. 왜 사건이 발생하였으며 그 사건으로 인해서 어떻게 영향을 받았는지 알아야 한다. 아편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영국은 중국과 교역을 하는데 주 품목이 수출은 한창 국내에서 생산하던 방직 제품들이고 수입은 차, 도기 등이었다. 무역 수지가 크게 차이 나지 않으면 영국도 가만히 있었을텐데, 아쉽게도 영국이 차맛을 안 이후로 엄청나게 많은 양을 중국에서 수입했다. 게다가 중국은 영국이 수출한 방직 제품을 구입할만한 형편이 아니었다. 그때 당시 유행도 없었고 전통적으로 "비단"을 좋아하는 분위기 때문에 영국 입장에서는 매우 곤란한 처지에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든 무역 수지 역조를 타개해야 했는데, 그게 아편이었다. 인도에서 매우 저렴한 노동력으로 생산한 아편을 중국에 무한정 판매를 하니, 중국으로 흘러들어갔던 돈이 다시 돌아 나오기 시작하였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중국은 대응책을 세우게 되고 임칙서가 그 책임을 지고 수행을 했다. 그 과정에 영국과 중국이 전쟁을 하게 되었고 중국의 무능력이 드러나서 세계 열강들이 앞다투어 중국으로 뛰어들게 되었다.

 

배경 설명은 이 정도로 하고, 이제 "입장"을 보자. 이 영화의 입장은 외세에 저항한 중국 청 왕조(물론 "중국인"으로 보아야 한다)의 자존심을 세우자는 것이다. 특히나 이 영화의 제작 시기가 홍콩 반환의 해이니만큼 영화 제작 의도는 분명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에서 보면 은근히 애국심을 강조하고 외세 침입을 과장하여 보여줌으로써 무역 전쟁이 아니라 양국 간의 자존심 전쟁임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영국 국왕 빅토리아가 보여준 그 콧대는 역사적 배경과 관계없이 도광황제와의 갈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140여 년이 지난 시점에 중국은 과거의 중국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영화를 만든 시점에서 중국은 더 이상 제국주의의 피해자가 아니었고 다만 영화 속에서만 피해자였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가 전달하는 메시지 역시 한번은 생각을 해 보고서 봐야 한다.

역설적으로, 영화 마지막에 도광황제가 자금성에 있는 천신단(?)에서 자식들 데리고 절하는 장면이 나온다. 청조는 중국 전통 왕조가 아니다. 영화는 가장 마지막에 엎뜨려 자고 있는 어린 왕자를 보여준다. 청조는 끝나고 새 힘이 떠오르는 것을 보여준다고나 할까. 즉, 현재의 중국은 그때와 다르다는 것을 은근히 강조했다.

 

스케일이나 내용면에서, 이 영화는 매우 훌륭하며 관객이 감동을 받을만 하다.

 

미션 (The Mission, 1986) : http://movie.naver.com/movie/bi/mi/photo.nhn?code=10086

감독         :          롤랑 조페        

출연         :          로버트 드니로(로드리고 멘도자), 제레미 아이언스(가브리엘 신부)         

 

남아메리카에서 딱 한 나라를 빼고 모두 같이 쓸 수 있는 언어가 있다. 그 한 나라는 브라질이고 그 나라에서는 포르투갈어를 사용한다. 만약 남미 모두가 스페인 식민지였다면 아마 이 영화는 없었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식민지 쟁탈 경쟁을 하던 무지막지한 시대에, 종교를 앞세운 제국주의 침공이 편하다는 것을 느낀 초기 두 나라가 어쩌다보니 접경 지대에서 만나게 되었다. 양국이 줄다리기 협상을 계속하다가 결국은 한쪽으로 공을 밀었다. 그 와중에 넘어가게 된 지역은 무자비한 통치를 받게 되었다.

 

이 영화는 굵직한 두 배우의 열연이 소름 돋게 할 정도로 전율을 전달해 주지만, 한편으로는 제국주의 발톱 아래 아무 이유없이 죽어가야 했던 남아메리카 원주민에 대해서는 씁쓸함을 남기고 있다.

 

순수한 의도라면서 포교를 목적으로 접근을 하고 그 다음에 종교를 박해한다고 군대를 파견하고 자국민의 통상이나 거류를 방해한다고 토착 세력과 싸움을 하게 되는 전형적인 제국주의 침략과 무엇이 다를까 싶다. 다만, 그 다툼 속에서 순교한 자국민 신부가 너무도 거룩한 희생을 하였다고 눈물을 흘리는 것은 과연 올바른 것인가.

예전에 볼때는 몰랐는데, 다시 보니 원주민 출신 신부도 있었다. 그 신부는 신부복을 벗긴 후 총살했다. 종교를 앞세운 그들이 제국주의 악마임을 보여주는 상황 설정이 아닐 수 없다.

 

십자가를 들고 행진하는 가브리엘 신부가 쓰러지는 모습을 보면서 멘도자 신부도 눈을 감는 장면은 감동으로 설정된 대목인데, 열심히 저항하다 픽픽 쓰러지는 원주민에 대해서는 실소가 나올 수 밖에 없다. 이른바, 가해자의 눈과 입장으로 만든 "조작된" 감동에 눈물을 흘려야 하는 식민지 국민들은 어떠할까.

 

감동은 받았지만, 이 역시 씁쓸하다. 아예 내용을 모르고 영화 자체에만 몰입하면 행복할 수도 있겠다. 생각이 많으면, 그래서 행복하지 않은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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