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마후라 주인공이 성장했다면 어떠했을까"
영화는 상상이다. 이곳저곳 단편에서 상을 많이 받은 이하 감독은 의문을 가졌다. 그리고 상상을 하여서 멋지게 이야기를 만들었다. 상상에서 끝나면 이야기는 한 사람의 머리 속에만 있을 것 같다. 감독은 그 상상을 세상에 내 보낼 수 있다.
과거와 현재. 과거는 현재의 바탕이다. 또한 과거는 현재를 이어 미래를 만들어 가는 기본이다. 과거는 미래에 대한 업이고 오지 않았지만 올 것에 대해서 연관된 고리를 제공한다. 다시말해서 인연과 맞닿아 있다.
한창 질풍노도하던 시기에 잘나가던 형제가 있었다. 형은 날라리 여자친구가 있었고 동생은 싸움 좀 하는 형이 있었다. 어쩌다 우연히, 잘 나가던 형제와 여자친구는 "과거"를 가지게 되었다. 그리하여 형제와 여자는 헤어졌고 세월은 물처럼 흘러버렸다.
날라리 여자는 이제 어엿한 교수님이 되었다. 아직 미혼인 관계로 주변에 파리처럼 남자들이 들끓었다. 학교 행사 외에 대외 활동을 하는 관계로 이곳 저곳에 남자가 많았다.
형제는 좀 달랐다. 형은 여전히 물건 강매를 일삼는 양아치가 되었고 동생은 그래도 "만"화가가 되었다. 동생은 지방 모 대학에 만화과가 생겨서 강사로 가게 되었다.
날라리 여자는 이곳 저곳에 흔적을 많이 남기고 다녔다. 하지만, 유혹은 은밀하게 진행했고 표면적으로는 정숙하고 아름다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누가 그 여자를 날라리로 보겠는가.
방향이 다른 곳에서 한 점을 향해 두 물체가 맹렬하게 달려갔다. 두 물체가 충돌하지나 않을까 걱정했다. 그런데 다른 곳에서 날아온 물체가 두 물체의 충돌을 막았다.
마치 만뉴 인력이 깨진 것처럼, 두 물체는 다시 떨어져 나갔다. 새롭게 균형을 찾은 것이다. 그렇게 영화는 끝이 났다.
지진희 연기가 맛깔났다. 저속한 말을 태연히 쓰는 모습이 일상 같았다. 문소리는, 몸매도 훌륭했고 연기도 매우 "가식적"이어서 훌륭했다. 조연들, 자기 색깔에 맞는 캐릭터를 받았다. 이중적이고 소시민 같은 모습. 남 과거는 들추면서 자기 과거는 철저히 숨겨 미래를 보호하고자 했다. 그러나 그 역시도 업과 관련이 있었다.
상받은 감독답다. 고민한 흔적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이 영화를 보고서 욕하는 사람도 많았겠더라. 진정 재미없는 영화는 아무런 고민없이 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 영화관을 나왔을때 관객 머리가 뱅글뱅글 돈다면, 그게 재미있지 않을까. 잡소리군. 어느 신문 기사에, 성상납을 통해서 교수 자리를 꿰찼다는 여자가 나왔다. 그 여자는 은밀하게 유혹하지 못했나보다. 질투를 유발한 남자가 까발렸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