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들의 일기 (Diary of the Dead, 2007)
감독 조지 A. 로메로
출연 조슈아 클로즈, 미셀 모르간, 숀 로버츠, 스콧 웬트워스
요약정보 미국 | 판타지, 공포
참으로 다양하게 우려 드시는 로메로 형님이 또 내 놓으신 작품이다. 1940년생인 로메로 형님은 10대 시절부터 카메라를 잡고서 종횡무진 영화를 찍어대셨고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부터 시작해서 "시체들의 새벽" 등 어지간히 안 죽고 버티는 놈들을 상대로 많이 우려 먹으셨다. 이 연세에도 불구하고 지난 해에 다시 또 한 작품 찍으셨으니, 그리 다작은 아니지만 어쨌건 열정은 인정해 주어야 하지 않겠나. (열정 외에도 영화 내용까지 인정해 주어야 할 것이야.)
1970년대 한국에서는 정치적인 이유로 인해서 사회를 비판하는 영화를 만들지 못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바보 시리즈"였으니, 겉으로는 그 영화를 보고 웃지만 한편으로는 사회를 바라보면서 웃을 수 밖에 없는 자신들을 되돌아 보았다. 마찬가지로 로메로 감독도 1968년을 기점으로 급변한 답답한 사회를 "공포물"로 승화시켰으니, 죽어도 죽지 않는 이념 망령이 되살아 나는 느낌을 영화에 담았다. 시간이 흘러 그 대상이 이념에서 왜곡된 미디어로 바뀌었는데, 이 작품에서도 다큐멘터리 형식을 지니고 있기는 하지만 결국 현대 사회에서 오히려 미디어가 망령처럼 떠도는 모습을 풍자했다 할 것이다. ("클로버필드"도 다큐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이미 이전에 그런 형태의 영화가 나왔으니 이 영화와 "클로버필드"가 서로 방식을 베꼈다고 주장하지는 않을 듯 하다.)
좀비 영화가 다 그렇듯이 내용은 머 얼추 뻔하다. 그런데도 중간중간에 이것저것 비평을 넣은 것은 로메로 감독의 전매특허가 아닐까 싶다. 특히 교수역으로 나온 사람은 "전쟁을 겪은 피해자"로서 그 사람이 하나하나 진술하는 내용들은 결코 현대 사회가 평화롭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진짜 궁금한 것은 영화 상에서 왜 꼭 살아 있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만 좀비가 우글우글 몰려드냐는 점이다. 영화 중간에 시골길을 가다가 한 농부가 있는 헛간에 머물렀을때도 꾸역꾸역 모여들었는데, 좀비들은 살아 있는 사람들의 살 냄새를 맡는다는 설정인가. 그렇다면 이야기가 좀 맞겠지만,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일일이 잘 찾아 올 수가 있을까. 그리고, 좀비한테 죽으면 좀비가 되는데, 가끔은 좀비가 시체를 뜯어 먹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면 뜯긴 그 시체는 다시 좀비가 될 수 있을까. 팔과 다리가 혹은 내장이 좀 없어졌는데 그게 가능할까?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은 좀비를 만든 로메로 형님만이 할 수 있을 듯 하다.
좀비는 원래 카리브해의 변형 종교인 부두교에서 나왔는데, 죽은 자를 일시적으로 살리는 기술로 동양에서는 "강시"쯤 된다. 그러나 강시가 벌건 대낮에 활동을 하지 못하고 부적이나 종소리 혹은 신성한 물건에 접근 못하는 "자각"을 가지고 있는데 반해 좀비는 자각도 없고 무서워하는 것도 없으니 무적이다. 그래서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에서는 어떻게든 인간 병기로 만들어 보고자 노력을 한 것이다. (물론 무협지에서도 "강시"를 가지고 무기화하려는 시도가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