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영화 루씨를 작정하고 까고 있습니다.
영화는 긴장과 이완으로 관객의 시선을 이끈다. 그럼 긴장을 이끌어내는 방법을 어떻게 구현하고 있을까? 여러 가지 요소 중 몇 가지를 살펴보자.
1. 인물 간 대칭
배트맨 다크나이트는 시리즈 중 가장 훌륭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왜? 조커 때문이다. 배트맨은 온갖 첨단장비를 몸에 차고 다니며 근육을 자랑한다. 작자 입장에서는 1시간 30분 여 동안 시시한 졸개가지고는 스토리를 전개가 안되니 조커를 똑똑하게 만든다. 그러다보면 배트맨이 쓰는 기술보다 조커가 쓰는 꼼수를 보는 재미가 쏠쏠해진다. 복싱경기에서 승자가 패자를 일방적으로 줘패면 재미가 없듯이 마지막 라운드까지 조커는 지긋지긋하게 배트맨을 괴롭혔다.
루씨는 어땠나? 루씨는 비과학적인 꼼수를 통해 강해졌지만 영화라서 봐준다. 근데 악당 최민식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루씨(변신한)의 털끝도 한번 건드리지 못한다. 루씨가 위험에 처한 이유는 오로지 약물 오남용 때문이다. 루씨가 초능력을 쓰면 최민식은 배트맨 수트라도 입어야 싸움이 되지 않겠는가. 아이언맨이 점점 강해지니깐 악당도 속편이 진행될수록 점점 강해지는 마당에.
2. 신기한 과학기술 보여주기
인터스텔라가 흥행한 이후로 과학도서가 전보다 2배 이상 팔린단다. 생소한 과학기술(일반인에게만)을 비교적 알기 쉽게 관객에게 보여주면 그들은 왠지 뿌듯하다. 뭔가 멋있는 걸 본 느낌이다. 신차를 보면 느껴지는 기분 같은 거 있잖은가.
루씨도 따라해보려 했으나 ‘망했어요.’ 과학적으로 미숙하다. 두뇌 사용량 늘어난다고 초능력 쓰는 건 좀 아닌데다가 최신 과학에 대한 검토조차 제대로 안했다. 인간의 두뇌 사용량이 적은 게 아니라는 논문이 최근에 나왔는데 아직도 그 타령이라니. 게다가 두뇌에 대한 컨셉 또한 영화 리미트리스가 진작에 다뤘고 루씨보다 훨 재밌었다. 그땐 처음이었으니깐.
3. 닥치고 비쥬얼
필자는 인터스텔라의 홍보영상에 나오는 거대한 파도만 보고도 그 영화가 보러 가고 싶었다. 사람들이 재난 영화를 보는 이유는 간단한데 재난 장면이 궁금하기 때문이다. 핵을 주제로 다룬 영화는 핵을 터트려야 재미가 있는데 꼭 주인공이 뇌관을 해체해서 관객의 마음속에 핵탄두를 터트리는 감독들이 있다. 장난치나.(물론 해체하며 긴장을 유발하기도 한다.) 그런데 루씨는 오로지 철렁거리는 가슴만 보여줬다. 보여줄려면 화끈하게 보여주던지.
영화는 제목만 보고도 재미있을지 없을지 대강은 알 수가 있다. 제목이 영화의 주된 소재를 가장 함축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영화 루씨는 루씨를 보여주기 위한 영화였다. 스칼렛 요한슨에 관심이 많으면 재밌을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