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퀸 (The Queen, 2006)
영국,프랑스,이탈리아 드라마 12세 관람가 102분 개봉 2007.02.15
감독 : 스티븐 프리어스
출연 : 헬렌 미렌, 마이클 쉰, 제임스 크롬웰, 헬렌 맥크로리, 알렉스 제닝스
영국 왕실은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속적으로 고수하고 있다. 중고교 사회 시간에 민주주의의 발달을 논하면서, 민주주의 제도의 선진국으로써 영국을 공부할때 현재의 영국 왕실이 어떻게 하여 지금에 이르렀는지도 살짝 배운다. 현재 영국 왕실은 윈저 왕조이다. 마그나카르타 이후 권리청원과 권리장전의 시기를 거쳐서 내정은 모두 국민이 뽑은 의원들로 구성된 의회에서 총리가 집행하며 국왕은 군림하는 존재로 한 걸음 내려앉았다.
절대 왕정, 절대 권력을 자부하던 프랑스 왕실이 18세기 후반에 민중 봉기로 인해서 붕괴되어 왕실 가족 대다수가 비참하게 살해당한 것에 비한다면, 영국 왕실은 20세기 말까지도 건재하고, 일본 왕실과 함께 아직까지 남아 있는 전제 군주제로, 사람들의 향수를 살포시 자극하고 있다.
한때 절대권력을 가졌지만 국민에게 이양했으니, 국민들로서는 당연히 국왕에 대한 예우로, 국민의 대표에 대해서 국왕이 인정을 해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위 사진에서 블레어 총리가 국왕의 요청을 받아서 총리에 임명되는 과정이 바로 그것이다. 세계 3대 혁명은 영국, 프랑스, 미국인데 영국을 제외하고는 모두 엄청나게 피를 흘렸으니, 영국의 민주정을 "명예혁명"이라고 부르는 것이 다 이유가 있는 셈이다.
한때 잘 나갔던 왕실이지만, 미디어가 발달한 현대에 와서는 동물원에 같인 구경거리와 비슷하게 세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세기의 결혼식이라는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비의 결혼이 1980년대의 큰 이벤트였다면, 왕세자의 불륜에 맞바람으로 대응한 다이애나비의 사망이 또한 이벤트가 되었다.
이 영화는 현대에서 왕실의 존재 이유에 대해서 묻고 있지 않다. 왕실의 일원으로, 또 국왕으로 살아왔던 엘리자베스 2세가 제 2차 세계대전 이후로 다시 한번 겪게된 큰 위기를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더불어, 왕실은 왕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왕을 둘러싼 다양한 왕족이 있음을 보여준다.
이 영화에서, 여왕은 상황을 제대로 판단하는 측근이 없다. 상황에 맞지 않게 잘못된 조언을 하고 또 인습에 묻혀 있는 왕족이 주변에 있음으로 해서, 본인 스스로는 국민과 가깝다고 느끼고 있으나, 정작 괴리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 측근들은 마치 이솝 우화의 사자 앞에 선 당나귀같이 자기가 왕인양 행동을 하고 있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지만, 정작 실화는 아니다. 하지만, 여왕이 심경의 변화를 일으키게 되는 것은 왕실 사냥터에서 멋진 사슴이 사냥당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즉, 사슴과 다이애나가 결국은 같은 존재였고, 자신도 그다지 틀리지 않다는 사실을 자각했다고 할 수 있다.
공화정을 당연시하는 근현대 풍토에서 왕정이 살아 남기 위해서는 어떠해야 하는지도 여왕은 알고 있다. 더불어, 일본도 왕정의 존재에 대해서 다소 부담스러워하고 있고 또 이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연예인이 아니지만 연예인처럼 살아야 하는 그들의 고충은, 선조들의 업보인가 근대화의 사생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