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 토리노 (Gran Torino, 2008)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
출연 클린트 이스트우드, 비 뱅, 아니 허, 크리스토퍼 칼리
요약정보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 범죄, 드라마 | 2009.03.19 | 12세이상관람가 | 116분
홈페이지 http://www.gran-torino.co.kr
혹자는 이스트우드 형님의 마지막 영화라고 했다. 배우로서는 이제 영화를 찍을 수가 없어 보였다. 그래도 감독으로서는 더 작품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어쨌건, 이 영화는 그 나이대에서 깨닫지 않고서는 도저히 보여 줄 수 없는 내용들을 담고 있다.
성급한 사람들은 이스트우드 형님과 그 옆집에 사는 흐몽족을 통해서 제국주의 미국의 반성을 촉구하는 영화가 아닐까 판단할 수도
있다. 흐몽족은 라오스에서 살다가 CIA에게 버림받는 종족을 연상시킨다. 게다가 이 영화에서 이스트우드 형님은 한국전쟁도
참전하셨다. 더 인상적인 것은 M1 개런드 소총을 항시 소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M1 소총은 M16소총과 함께 전 세계에 뿌려진
대표적 "미제품"이다. 하지만 이런 관계는 이 영화에서 부수적인 것이다.
첫 장면을 기억하라.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부인과 사별했다. 그리고 신부가 찾아 와서 부인의 유언을 이야기해 주었다. 이 영화의
핵심은 바로 이 점이다. 이스트우드 형님도 나이가 들었고 삶과 죽음을 진지하게 생각했고 그 결과가 이 영화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스트우드 형님은 전장을 넘나든 사람으로, 직장 생활을 한 사람으로, 이제는 은퇴해서 그랜 토리노를 닦으며 사는 걸
낙으로 생각했다. 그런 이스트우드 형님에게 새파란 신부가 찾아와서 생사를 논하고 있다. 한국전에서 총알을 피해 살아온 이스트우드
형님한테는 가소로울 뿐이다. 신부는 다른 면을 보여준다. 이스트우드 형님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이제까지 자기가 추구해 온 바와
진리가 틀리다는 것을 깨닫는다. 베푼 것 없이 짜증만 내며 살았던 이 고집불통 영감쟁이가 결국은 신부에게 고해성사를 하고 죄를
뉘우칠 방법을 택한다. 물론 흐몽족을 도와주는 방법이기도 하다. 아마도 그래서 총을 맞고 쓰러질때 십자가 모양을 하지 않았을까.
한 손에는 죄를 상징하는 기병사단 라이터를 들고.
21세기 들어 이스트우드 형님의 영화는 무거웠다. 이 영화는 표면적으로는 가벼우나 내용은 이전 영화보다 훨씬 무겁다. 인생의 깊이를 깨달은 분이 만든 영화라 그런 듯 하다.
사족 : 아들이 함께 나온다. 스콧 이스트우드. 과연 아버지의 명성을 이을 수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