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툰 vs 9중대
나는 전쟁 영화 두 편을 잠시 비교해 보려고 한다. 본시 비교하겠다는 의미는 대상을 우열로 나누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나는 그냥 내가 좋아하는 전쟁영화 두 편을 살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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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툰(Platoon, XXXX)은 월남전 참전 경험이 있는 올리버 스톤 감독이 만들었다. 월남전은 20세기 미국이 참전한 전쟁 중에서 가장 악몽같은 전쟁으로, 이를 배경으로 하여 수없이 많은 영화가 나왔다. 대다수 영화는 실질적으로 패전을 인정하지 못하고 자위적인 형태로 표출하였으며(람보 2, 대특명, 그린베레, We were soldiers 등) 일부는 정신적인 공황으로 치부하기도 하였으나(지옥의 묵시록) 엄밀히 왜 베트남 사람들이 그렇게 싸우는지에 대해서는 설명을 하지 못했다. 다만, 전쟁터에 끌려간 군인의 입장에서 왜 살인을 하게 되었는지 의아해 하는 형태를 "반전 영화"라면서 추켜 세웠다. 이 영화 역시도 어느틈엔가 반전 영화가 되어 있었다. 전쟁의 참상을 제대로 알리고 전쟁을 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것이 반전 영화라면, 플래툰은 반전 영화의 범주에 들지 않을 것이다. 또 9중대 역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 영화는 전쟁의 광기에 물든 두 사람이 있고 그 두 사람 사이에 껴 있는 신병(찰리 쉰)의 성숙 과정을 그렸다. 죽는 장면으로 무척 인기를 끈 윌럼 데포가 인도주의 편이라면 흉터 자국으로 사람 기를 죽이는 톰 베린저는 단지 "우리편"일 것이다. 한 사람은 베트남인이 죄없는 양민이라고 생각하고 한 사람은 잠재적 베트콩이 될 죄인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는 신병이 적응하고 또 매복 공격 갔다가 마을에 가서 일부 군인들이 저지르는 참상을 보여주면서 왜 전쟁을 하고 있는지 의문을 가지게 한다. 만약 찰리 쉰이 그 의문을 가지고 "7월 4일생"의 탐 크루즈처럼 투쟁을 했다면 분명 반전 영화가 많겠다. 그러나, 마지막에는 엄청난 참호전을 보여줌으로써 결국은 재미있게 봐줬으면 하는 전쟁 영화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적과 아군의 구별이 힘든 상황에서 그토록 치열하게 싸웠는데, 자기가 싸운 적이 과연 먼저 죽은 윌럼 데포가 살릴려던 사람일지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는다. 다만, 전투 중에 찰리 쉰은 왜 톰 베린저가 그렇게 살았는지 얼핏 깨닫는다. 그리고선 마치 영웅 신화처럼 "살부"를 하고 마지막에는 헬리콥터를 타고 떠나간다.
9중대는 러시아 영화이다. "Love of Siberia" 이후로 러시아 영화는 "즈베즈다" 등 전쟁영화를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 내고 있다. 미국과는 달리 문화와 역사가 깊고 세월의 굴곡이 그 어느나라보다 험했던 러시아에서, 민초들의 이야기를 뽑으라면 어느 나라보다 이야기가 많을 것이다. 특히나, "7월 4일생"의 톰 크루즈와 같이, 아프칸 전쟁에 참가했다가 상이 군인이 되어 돌아온 러시아인들도 무척 많다.
9중대는 아프칸 전쟁에 참가했던 군인들이 겪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플래툰과는 다르게, 이 영화는 모병에서 시작한다. 거의 절반은 훈련을 받고 그 다음에 실전에 배치되는데, 나무는 없고 돌과 바위뿐인 아프카니스탄의 풍경이 매우 인상적으로 펼쳐진다. 플래툰과 비슷하게 9중대에서도 마지막은 참호전이다. 알라신의 가호를 등에 업고 목숨을 걸고 돌진해오는 아프칸 전사들과 살기 위해서 싸우는 소련 병사들의 처절한 사투가 매우 인상적이다. 이 영화도 소련의 아프칸 침공에 대해서 반성하는 기미는 전혀 없다. 당연히, 참전한 군인들은 사령부의 명령에 따라서 움직이는 존재이다. 그들에게 무슨 생각이 필요하겠는가. 명령에 따르고 명령에 죽는 것이다. 책임은 오로지 참전을 결정한 최고 권력자들이 져야 한다.
어찌보면 두 영화는 모두 반전 영화에 가깝다. 그런데 반전 영화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남자들의 로망은 군복을 입고 전장에서 장렬히 싸우다 전사하는 것이다. 과연 이 문구에 어느 남자가 반대를 할까. 마초적 남성상을 만들자는게 아니다. 태고로부터 투쟁과 전투는 남자의 본능이다. 전쟁은 남자의 본능을 확연히 드러내는 가장 완벽한 장소이다. 플래툰(소대를 뜻한다)과 9중대는 남자로서 할 만큼 했음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나는 이 두 영화가 좋다. Black Hawk Down도 있지만, 왠지 계산한 것 같은 액션이라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군인은 반쯤 정신이 간 놈들이다. 명령에 복종하는 놈들이다. 명령에 절대 복종해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한다. 책임져야할 권력자들이 떠 넘기기 때문이다. 이 두 영화에서, 권력자들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어디에도 없다. 그런데도 그들은 영화 속에서 존재한다. 베트콩을 죽이라고, 아프칸 반군을 죽이라고 은연중에 강조하고 있다. 역사를 생각하고 역사 속에 껴 자기 뜻대로 움직일 수 없는 존재는 매우 불쌍할 뿐이다. 플래툰에서 죽어간 미군과 월남군, 9중대에서 죽어간 아프칸인들과 러시아인들. 9중대에서 마지막으로 읊조리듯 나오듯이, 죽어간 그들은 바로 몇 년이 지나지 않아 잊혀질 존재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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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분이 인터넷에 둘을 살짝 비교했다.
http://blog.naver.com/teeuy?Redirect=Log&logNo=80028223854
이분도 살짝.
http://cafe.naver.com/themoviehunters.cafe?iframe_url=/ArticleRead.nhn%3Farticleid=22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