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메로 감독의 시체 시리즈를 오마쥬하는 작품들이 많다. 수없이 많이 나왔던 코믹 패러디 작품들도 이 계열에 들어가 있는 건 부인할 수 없다.
이 영화 제목을 제대로 번역하면 "망자의 숀"이다. 다른 말로 하여서 "숀의 황당한 저주"라고 하네.
그런데, 이 영화가 패러디임에는 분명한데, 패러디같지가 않다. 영국 영화만이 가지고 있는 색깔이랄까. 우스운 장면을 매우 심각하게 진행을 하니, 미스터 빈식의 영국 코미디만 접해 본 터라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분명 이 영화는 코미디 영화다. 세상은 점점 더 지루해지고 사람들과 관계는 더욱 힘들어지면서 동시에 생활도 힘들어진다. 영화 속 "숀" 처럼 말이다. 살다보면 에드처럼 빌붙어 사는 친구도 있고 당당하게 세상을 사는 친구도 있다. 아무리 세상이 이익을 따라서 돌아간다 하지만, 나를 믿어주는 에드같은 친구를 버릴 수는 없지 않을까. 이웃도 마찬가지다. 평상시에 잘 알고 지내고 즐겁게 지내려고 하지만 가끔은 꼭 그렇지만도 않다.
어느날, 분명히 무슨 일이 생겼다. 동네 사람들 행동이 이상하다. 갑자기 달려 들어 물어 뜯거나 느릿느릿하게 걸어다닌다. 내 일도 바빠 죽겠는데 자꾸 방송에서는 무슨 대응을 하라고 난리다.
친구와 집 안에서 방송을 보다가 창 밖의 이웃 주민을 보니 이제 상황 판단이 된다. 소심한 우리 주인공, 먼저 계부(빌 나이히. 이 사람은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 가이드에도 나오더라)와 함께 살고 있는 모친이 떠올랐다. 그리고 나서는 바로 몇시간전에 보기 좋게 차인 여자친구도 생각났다.
느릿하지만 그래도 자기를 도와주는 친구와 함께 혼탁한 세상 속으로 뛰어든 주인공 숀. 그런데 이들이 든 무기가 또 가관이다. LP판과 크리켓 배트. 과연 영국답지 않은가. B급 이하 호러물이 많은 미국에서는 곧바로 총이 나오는데 영국은 LP판을 던진다. 그것도, "싫어하는 가수" 위주로. 집 안으로 들어간 상황에서 좀비를 물리치는 씬도 그렇지만 에드를 애완동물처럼 집안 헛간에 두고 같이 게임하는 모습도 은근 웃음을 준다.
재미없는 듯하면서도 하나하나 보면서 영화를 중단하지 못했는데, 그만큼 이 영화가 나름의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