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공 (2006)A Battle of Wits, 墨攻평점7.8/10
- 액션/드라마
- 중국, 홍콩, 일본, 한국
- 2007.01.10 개봉
- 135분, 12세이상관람가
- (감독) 장지량
- (주연) 유덕화, 안성기
동북 아시아의 역사는 유럽 역사보다 재미있다. 고대에 사람이 많이 몰려 산 지역에서는 갈등이 많고 다툼이 많았다. 역사서가 남아 있기에 더욱 유명한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는 지금부터 약 2000년 전이다. "열국지"는 "삼국지"와 더불어 고전에 속한다. 흥미진진한 이야기도 많고 애절한 이야기도 많다. 사마천의 "사기"에는 "자객열전"이 따로 있다.
일본에서, 만화가가 춘추전국시대에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만화를 그렸다. 열강이 각축하고 있을때 위기에 빠진 한 성을 묵자가 제자들을 이끌고 방어했다. 좀 더 만화에 맞게 또 구미에 맞게 바꾸어서 "묵공"이라는 만화를 그렸단다. 인기가 번쩍하여 영화로 만들자는 사람들이 생겼다. 그래서, 홍콩, 한국, 일본의 제작자가 모여서 진행을 했다.
배역진들도 인터내셔널하다. 물론, 영화 속 배경이 중국이다보니 "중국어"로 말한다. (안성기는 더빙. 다들 아쉬워하더라.) 영화 배경에 맞게 황토가 풀풀 날리는 성 하며(개인적으로 서극의 "도"에 나오는 황량한 배경을 좋아하는데, 이 영화에서도 성 안이 그런 분위기라서 좋았다.) 너른 들판들이 관객들을 붙잡을만 했다. 더구나 인터내셔널한 배우들인지라 동북 아시아에서는 볼려는 사람이 많을 듯 했다.
이 영화에서는 대결 구도가 내외로 크게 두가지이다. 첫째 구도는 이 영화 구조상 가장 기본적인 묵자의 제자인 혁리와 항엄중 장군의 대립 구도이다. 둘째 구도는 권력 지향형의 양성 군주와 생명을 하나라도 더 살리고자 하는 혁리와 그 추종 세력간 갈등이다. 물론, 이 갈등의 핵심은 혁리이며 그래서 주인공으로서 이야기를 이끌어 가게 된다. 대충 여기까지 이야기하면 어떤 식으로 영화가 전개되리라는 추측을 할 수 있다.
어쩌면 뻔해 보이는 갈등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이 영화가 재미있는 이유는 다음 몇 가지 때문이라고 본다.
주인공으로 유덕화가 매우 적절했다. 이야기 구조를 보면 이 영화는 자칫 영웅 신화가 될 뻔했다. 스포츠보다 조금 긴 머리에 수염까지 기른 모습은 근육질에 특이한 외모를 자랑하는 영웅과 거리가 멀다. 그렇다고 특출한 능력을 보여주지 않는다. 다만 활을 좀 잘 쏠 뿐이다. 그렇다고 특별히 잘 쏘지는 않는다. 사람들을 잘 관찰하고 잘 설득할 뿐이다. 주성치? 이연결? 유덕화가 적격이었다.
해피엔딩이 아니다. 묵자 사상은 무소유가 아니던가. 영화 속에서 매력적인 여주인공이 혁리에게 다가왔고 또 마지막 위기 상황에서 구해 주려고 노력을 많이 했지만, 딱 한번만 구해주었다. 만약, 살려서 같이 행복했다면 영화는 묵공이 아니라 "묵자의 사랑"이나 "혁리의 사랑"으로 바꿨어야지.
철저한 양공이 대단하다. 양성은 그 하나로 나라를 만들었다.(그렇게 보면 우리 한반도 지역에서도 성 하나 가지고 나라라고 한 곳이 많으니 얼추 말이 되네.) 그 주인은 양공(혹은 양왕. 왕으로 칭하기에는 좀 그렇다. 그때 당시에는 주왕 외에는 왕으로 칭한 자가 초나라 왕 외에 없었다. 영화 상에서는 "황궁"이라고 하는데 이 역시도 오버같다.)인데, 영화를 보면서 아마 다들 가증스러워했을 듯하다. 조군이 기습 공격을 했는데도 술잔치를 벌이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 저러고도 인간인지. 성을 구해줬는데도 권력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보면서도 과연...
한국 배우로는 안성기와 최시원(슈퍼 쥬니어 멤버라는데...)이 나왔는데, 안성기는 항상 한국 영화에서 말할때 고개를 갸웃하는 버릇이 있었는데 이 영화에서는 그런게 없었다. 다만, 본인도 이야기했듯이 뜻도 모르는 중국어를 하느라고 어떻게 감정을 잡아야 할지 몰라 느낌 전달이 다 되지 못한게 아쉽다. 그래도 김희선, 김소연에 비하면 머. 최시원 역할은 매우 재미있었다. 잘 맞은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