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 조르게.スパイゾルゲ.Spy Sorge.2003
182분 / 스릴러,액션,전쟁 / 일본
감독 : 시노다 마사히로
출연 : 이아인 글렌(리차드 조르게), 모토키 마사히로(히데미 오자키), 시이나 깃페이(미츠사다 요시카와), 가미가와 다카야(토코 T), 나가사와 토시야(미야기)
20세기 중반이 다 될 즈음, 역사를 바꾼 스파이 사건이 있었다. 유럽에서 히틀러의 기세가 한창일때 동아시아에서는 일본이 중국을
침공한 상태에서 향후 어떤 전개가 이루어질지 방향을 잡을 수가 없었다. 가장 크게 고민하고 있었던 사람은 소비에트 연방의
최고지도자 스탈린이었다. 독일이 침공해 올 것인지 또 침공한다면 일본은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가 전략 선택에 가장 큰 변수였기
때문이었다. 이때 일본에서 날아온 첩보를 보고 스탈린은 시베리아에 주둔 중인 동방군을 독소 전선으로 내 보내어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이 모든 활동은 이 영화의 주인공 리하르트 조르게가 주관했다.
한치의 틈도 없어 보이는 군국주의 일본 제국 내에서 그것도 아주 오랜 시기 동안 고정 간첩으로 활약한 조르게. 타고난 사교력과
언변으로 정관계를 주름잡았고 수많은 여인들과 염문을 뿌렸지만 모스크바에 두고온 진짜 아내를 그리워했던 사나이. 조르게는 독일
태생이지만 제 1차 세계대전때 독일군으로 참전했을때 전쟁과 조국에 환멸을 느껴 공산주의자가 되었다. 그리하여 공산주의 조국
소비에트 연방을 위해서 기나긴 세월 동안 첩보원, 이른바 고정 간첩으로 활약을 했다.
이 영화 속에서, 조르게는 아주 유능한 스파이지만 스파이의 운명을 정확히 표현했다. 아무리 공이 큰 스파이라도 스파이는
스파이일뿐이며 지도자들의 소모품에 불과하다고 말했으며, 이 내용은 결국 조르게의 러시아인 아내가 어떤 운명에 처할 것인지도
암시했다. 일찌기 손자병법에서도 간첩의 용도를 나열할 정도로 스파이의 역사는 길다. 그렇지만 "간첩질"을 잘했다고 하여서
조국에서 보상을 해 주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 영화를 통해서도 역사적으로 증명된 셈이다. 비록 최근에 조르게의 수하로 공을 세운
미야기의 유족에 대해서 러시아가 훈장을 수여했다고는 하지만, 스파이로 잡힌 가족들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게 된다. 일찌기
우리나라에서도 간첩으로 몰려서 집안뿐만 아니라 인생까지 박살한 사람들이 많지 않았던가.
역사 속에서 과연 무엇을 배울 것인가. 역사는 가르치길 원하지만 정작 사람들은 망각하고 또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그래서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했던가. 3시간으로 상당히 길고 또 일본에서 만들었지만 외국인 배우들이 마치 재연배우처럼 행동해서 우스웠지만 영화의
내용은 결코 웃을 수 없었다. 국가, 이념, 그리고 가족. 인생을 생각해 보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