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말싸미 (2018) THE KING’S LETTERS
평점4.5/10 드라마
한국 2019.07.24 개봉
110분, 전체관람가
(감독) 조철현
(주연) 송강호, 박해일, 전미선
논란이 너무 많았던 영화다. 한글 창제를 누가 주도했는지 누가 핵심을 담당했는지 "야사" 차원에서 재조명했다고 평하기에는 영화가 너무 많이 엉성하다.
미화되었건 축소되었건 세종이 재위하던 시기는 조선의 기틀을 잡아가던 때였고 학구적이고 의욕이 넘쳤던 세종이 한글 창제를 주도한 건 사실이다. 다만 실록에 나와 있는 내용이 전부가 아니기에 "신미 대사"의 일대기에 있는 내용을 바탕으로 한글 창제 과정을 묘사하려 시도를 했다.
감독은 영화 "사도"에 각본으로 참여했고 또 그 전에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각본을 맡았다. 그랬다. 저 두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감독이 이 영화에서 무엇을 잘했고 잘못했는지 금방 파악할 수 있다. 의도는 충분히 이해를 하겠는데 그 의도를 바탕으로 결과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몰랐던 것이다. 오죽하면 배우 박해일이 자기 색깔도 못 내고 영화 내내 "버럭 캐릭터"가 되었겠는가.
세종이 한글을 하루이틀 혹은 1~2년 만에 만들지 않았다. 재위 초기부터 계속 연구를 했다. 세종 때 음율도 정비했다는 건 익히 다 아는 일이다. 그런데 이 영화처럼 신하들이 행동을 했다고? 극적인 부분을 만들려는 의도라는 건 이해가 가는데 그렇다고 "유자"들 이야기로 치부하면서 "불자"들 이야기로 끌고 가려는 건 과한게 아닌가.
한글은 글자로는 "자음과 모음"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애초 창제 시에 문자로는 "초성, 중성, 종성"이다. 음가 없는 "ㅇ"이 초성과 종성에 들어가는데 그래서 "세종어제 훈민정음"이 "셍종엉젱 훈민정음"으로 표기되었다. 이 영화에선 "음가 없는 ㅇ"을 만들어 내는 것까지는 보여주었지만 초성중성종성 어디에 쓰는지는 말을 못했다. 각본 쓸때 조사를 좀 잘했어야.
내용을 제외하고 "영화 완성도" 면에서 본다면 제작은 잘했으나 깊이 부분에서는 많이 약했다. 특히 배우 박해일을 버럭 캐릭터로 만든 건 순전 감독 잘못이다. 배우들이 무슨 죄가 있겠는가.
그나저나 소현왕후로 나오신 전미선 배우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