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Movie

클로이 (Chloe)

클로이

제목 : 클로이 (Chloe)
감독 : 아톰 에고이안
출연:줄리안 무어, 리암 니슨, 아만다 사이프리드


영화의 진술방식에 몇가지 의문이 영화 클로이를 보면서 생겼다. 이 영화는 중년 여자와 젊고 매력적인 여자의 두가지 시선에서 전개된다. 이런 측면에서는 1인칭 시점이 맞겠지만 그 이면에는 감독의 아주 절묘한 화법이 숨어 있다.


이렇게 시점과 화법이 혼동스러웠던 것은 두 여배우의 연기가 그만큼 강한 흡인력을 가지고 있었다고도 말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분명히 3인칭 시점에서 영화가 흘러 갈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도 어느 순간에는 그녀(들)의 말에 슬쩍 넘어가 있는 나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안에는 진실일까 아니면 거짓일까? 거짓이라면 얼마나 거짓이고 참이라면 얼마나 참일까 하는 셈법도 알아봐야 했다. 그렇다면 골치 아픈 철학적이야기였나? 그렇지도 않다.

미국판 사랑과 전쟁이라고 하면 아직 이 영화를 보지 못한 사람도 쉽게 공감할 치정과 관련된 이야기인데 그 풀어내는 방식이 자못 미스테리하고 스릴러적이었다.


뻔한 장치라고 생각했는데 설마설마하는 방향으로 교묘히 흘러가게 물꼬를 터놓았고 그게 맞다고 생각하는 순간 내가 바보인지 아니면 내가 천재인지 모를 정도로 만들어 놓았다.


줄리안 무어와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칭찬해줄 만큼 좋았다. 상황이 무척 애매한 경우였는데도 배역의 성격에서 조금도흐트러지지 않았다. 줄리안에게 무안을 당하고 그녀의 병원을 나서는 아만다의 줌인된 표정은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그 표정이 이 영화의 결말을 암시했고 그렇게 끝났기 때문이다.


미국과 캐나다 접경도시, 그곳에는 잘나가는 교수(리암니슨)와 산부인과 의사(줄리안 무어) 부부가 살고 있다. 그들에게는 많이 내성적인 아들이 하나 있고 교수가 세상 모든 여성들에게 좀 지나치게 친절하다는 것 말고는 부러울 게 없어 보였다.

그런데 바로 그런 점이 파국을 예상케 했다.

남편의 생일파티를 준비하지만 학교에서 집으로 오는 비행기를 놓쳤다고 하는 남편, 불현듯 여자는 남편에게서 다른 여자의 그림자를 발견하게 된다. 때마침 남편의 휴대폰으로 여자와 찍은 사진이 들어온 것을 목격하면서 그녀는 확신에 이른다.

우연히 조우한 클로이(아만다 사이프리드)에게 알 수 없는 기운을 느낀 여자, 그녀는 남편에게 일부러 접근해 남편의 여성편력에 대해 알아봐 달라고 부탁한다.

그런데 클로이라는 여자, 좀 수상하다. 자신이 부탁한 그 이상의 결과물을 알려준다. 남편의 바람을 확인하게 된 여자는 스스로 무너지면서 바로 옆에 있는 클로이에게 자신을 의탁한다.

그 이후 클로이는 일부러 여자를 찾아와 노골적으로 구애를 하기 시작한다. 이제 여자를 중심으로 모든 관계는 파국을 치닺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삼자대면을 한 그날, 여자는 클로이가 지금까지 자신에게 보고했던 그 모든 내용이 거짓임을 알게 된다.

도대체 클로이는 왜 그녀에게 접근을 했고, 이렇게 꼬인 그들의 관계는 어떻게 종결될까


영화 클로이는 지저분한 치정사건을 다룬 것처럼 보이지만 각자의 입장에서 보면 분명히 공감되는 부분이 있다. 잉꼬부부처럼 살았던 중년부부, 아이를 낳고 아주 오랫동안 부부가 아닌 친구처럼 지내게 된 상황, 각자의 일에 열중하면서 부부로서의 관계가 뜨악해지고 일순 자신이 여자로서의 매력을 잃어버렸음을 알게 된 여자는 남편을 지키지 못할 것 같다는 불안감에 시달린다. 비단 그녀뿐이 아니지 않을까 물론 줄리안 무어는 나신을 과감히 드러내면서 뜨거운 연기를 해주었고 스크린에 비친 그녀의 몸은 충분히 아름다웠다.

자괴감은 어느덧 남편에 대한 의부증으로 연결이 되고 결국 작은 유혹에도 넘어가게 된 것이다.

클로이는 다소 미스테리한 인물이다. 애초부터 그녀는 남자가 아닌 여자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녀에게는 부적 같은 호신물이 있다. 엄마가 주었다는 머리핀, 그걸 왜 여자에게 주려고 애를 썼을까 어찌보면 영화에는 나오지 않지만 혹시 엄마에 대한 부재를 여자를 통해 대리만족하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싶었다.

그녀들의 베드신이 스크리닝 샷으로 나오지만 그건 에로틱하다기 보다 마치 엄마가 아기에게 수유를 하는 모습처럼 보였다. 클로이의 주변인물은 단 한명도 나오지 않았다. 아들 마이클과의 정사때도 그의 눈이 아닌 여자의 옷과 구두에 시선이 쏠렸던 것은 결국 그녀가 원했던 것은 바로 모정에 대한 그리움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심리학적으로 연구대상인 영화 한편을 보고 나왔다. 왠지 이런 영화가 자꾸 끌리는 건 왜일까  작년에 가장 인상깊게 본 언노운 우먼이 연상되었다.

Comments

우쿄 2010.03.03 13:20
리암 리슨 좋아하는데~ 한번 봐야겠네요~ 좋은 후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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