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감독이 또 한건 했다. 살인의 추억, 괴물에 이어서 또 한번 관객들을 쥐고 흔들 작품을 만들었다. 어디 내놔도 모다 주인공을
할 수 있는 대단한 배우들을 모아서 이렇게 작품을 만들었는데, 역시 감독이 제 힘을 발휘해야 작품이 제대로 나온다. 배우 한두
명으로는 잠깐 빛날 수 있어도 이와 같이 강렬한 작품을 내지는 못한다.
김혜자씨 아니고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포스다. 초반에 김혜자씨가 억새밭에서 춤을 출때, 온 몸이 떨렸다. 김혜자씨가 춤을
추다니. 그리고 김혜자씨에게 춤을 추라고 하다니. 첫 장면에서, 감독과 배우의 호흡을 느꼈다고 하면 그건 지나친 과장일까.
봉감독의 지시로 춤을 춘 김혜자씨나 김혜자씨를 춤추게 한 봉감독이나. 정말 대단했다. 아들만 바라보고 사는 어머니로, 순박한듯
하면서도 다소 어딘가 이상한듯 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김혜자씨의 연기는 이제까지 TV에서만 봐 왔던 그 모습이 아니었다.
망가져도 멋있다는 원빈. 영화 속에서 약간 맛이 간 윤도준 역으로 나온 원빈을 두고 동네 아줌마들이 "사슴같은 눈"이라고
이야기를 했다. 아마 봉감독이 의도적으로 넣었을 법한 대사가 아닐까. 한때 연기력 논란에 휩쌓였지만 원빈은 이 영화로 그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것 같다. 그리고 진구. 진구는 "트럭"에서 보였던 그 강렬함과 건들거림이 그대로 나왔지만, 영화 흐름상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얼마나 많은 관객이 이 영화를 볼지 모르겠다. 다시 천만 관객에 도전할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봉준호 감독은 대단한 배우들을 모아서 볼만한 작품을 만들었다. 확실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