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메를 고쳐매며
이문열 지음, 문이당
이문열씨는 젊은이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던 소설가이다. 연극과 영화로도 크게 인기를 끌었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비롯하여 "영웅시대" 등 한때 젊은이들이 공감하고 기꺼이 읽었던 주옥같은 책들을 많이 쓰셨다. 그런 그가 두번째 산문집을 냈다.
어쩌다 이 시대 진보적 글잡이 중 한 사람이 이토록 생각을 바꾸고 시선을 바꾸게 되었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의견을 다양하게 표출하고 또 낸 의견에 대해서 가혹하게 평가하는 것은 당연할 진대, 글잡이가 분서갱유라고 느낄 정도로 위협을 주었다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일뿐더러 사회 다양성을 해치는 일이다. 의견을 낸 사람에 대해서 그 의견 자체를 평가해야지 그 의견으로 인해 사람을 평가하는 건 문제가 있다.
의견에 대해서 평가를 하자면, 양끝에 있는 극단은 서로 통하는 바가 있다던가. 극좌와 극우는 서 있는 위치만 다를뿐 서로 그 성향이 비슷하다. 한때 진보로 자부하던 사람이 어느틈엔가 보수진영의 선봉에 서는 일도 그다지 놀라운 일은 아닐 것이다.
첫번째 산문집이 큰 인기를 얻어서였을까. 두번째 산문집은 그 인기를 실감할 수가 없다. 신들메를 고쳐매는데 왜 시베리아가 나왔어야 했고, 기행문에는 정치적인 이야기가 꼭 들어가야 했을까. 정치와 여론에 뭇매를 맞은 작가의 심정을 다 헤아리지는 못하겠는데, 그걸 좀 더 문인답게 던져 넘겼으면 이 책이 훌륭하지 않았을까. 반복적인 한탄과 비판을 하여서 책을 읽는 나는 무척 당혹스러웠다. 이제 이 사람 책도 못 읽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