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 10,000일의 전쟁
마이클 매클리어 지음, 유경찬 옮김, 을유문화사
일본이 패전으로 물러난 자리에 프랑스가 다시 들어온 인도차이나 반도. 그 동안 지속적으로 독립하려고 노력한 호치민은 기회를 잡으려 했는데, 미국의 애매모호한 태도가 결국 남과 북으로 나뉘어 독립을 하게 되었다. 한국의 상황과 다르게 베트남은 서로 노력하여 통일 독립 국가를 이룰 수 있었는데,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분단국가가 되었다. 이 책은 분단 이후 다시 통일하기까지 약 20여 년의 세월을 적었다.
사실, 이 책을 잘 보면, 분명 베트남의 일을 적었는데 주로 쓰는 내용은 미국의 대외 정책에 대한 것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1950년대에 구 소련이 뜨기 전까지 유일하다시피한 강대국이었던 미국이 동남아시아의 조그만 나라 베트남을 상대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였다. 하지만, 아시아인에 대한 무지와 베트남에 대한 무지가 쉽게 끝낼 수 있었던 사태를 전쟁으로 만들었고 서로 수십 만명의 인명 피해를 만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미국의 존슨 대통령이 베트남전에 빠져든 과정이 어쩌면 21세기 부시 대통령이 아프간과 이라크에 빠져든 과정과 그렇게 같을 수가 없을까 생각했다. 잘못된 정보와 오판 그리고 부족한 명분으로 결국 민간인 희생만 키웠다. 월남전에서도 존슨과 닉슨은 민간인이 죽었을리 없다고 주장했고 부시도 이라크 전에서 민간인 희생은 없을 거라고 예상했다. 전쟁을 겪은 세대는 전쟁을 피한다. 전쟁을 겪어도 직접 겪지 않은 사람은 전쟁이 쉽다고 생각한다. 2차 대전 이후 미국의 지도층은 전쟁을 만만하게 생각했다. 아이젠하워는 전쟁 시 사령관으로 참전해서 전쟁에 대해서 잘 알았다. 케네디 대통령도 참전을 했지만 왜 그렇게 현명하지 못한 판단을 했을까.
현재 베트남의 국부는 명실상부한 "호지명"이다. 독립을 위해 가족과도 헤어지고 심장마비로 사망하기까지 남긴 재산이 거의 없는 그 모습이 진정 국부인 것이다. 게다가 유언을 보라. "단결하라". 욕심 때문에 독재를 하고서도 자기가 잘못한지 몰랐던 국부 아닌 "국부"를 가진 민족이 지금 어떤 모습이던가. 권력을 잡기 위해서 국민을 분열시켰던 작자는 또 무엇이었던가. 무력으로 남침했던 그 자는 또 무엇이었던가.
한편으로, 이 책은 강대국을 상대하는 약소국의 전략을 보여주고 있다. 빌붙으면 뭔가 많이 떨어질 것 갈지만 결국 받아 먹는건 일부 권력층이다. 베트남 패망 시에 마지막 대통령이 금괴 2톤을 가지고 해외로 나갔다는 이야기는 무척 의미심장하다. 민심을 얻으면 싸우지 않아도 이긴다 했는데, 그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를 왜 미국은 몰랐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