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서 반납 여행
전후 일본 사학사의 한 컷
오래된 책을 찾아 자박자박 1
아미노 요시히코 저자(글) · 김시덕 번역
글항아리 · 2018년 03월 14일
저자보다 역자에 관심이 있어 책을 선택했다. 그런데 역자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가 있는데, 그 역시도 역자의 식견을 보여주었다. 저자나 역자 모두 대단하다는 말로는 부족한 사람들이다.
일단 서문을 읽어보니 이 자체가 "반성"과 "성찰"이다. 우리에게는 익숙한 "광개토대왕비 훼손" 등을 비롯하여 일본제국의 역사 왜곡은 매우 심각했다. 태평양전쟁 패전 이후 일본 사학계는 저자의 글처럼 전쟁에 부역하고 사실을 왜곡하였음을 반성했다. 저자는 전쟁 이후 자료 정리 차원에서 빌렸던 수많은 고문서와 자료를 반납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에 1980년대 초반부터 고문서 반납을 하기 시작했다. 빌린지 30년 넘은 책과 문서들을 반납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쉬웠다면 이런 책이 나왔겠는가.
책을 좀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책을 빌려 가 놓고 전혀 안 돌려 주는 인간이 어떤 인간인지를. 저자는 연구자면서 (심지어 역자조차도 연구자이기에) 연구 자료를 소중하게 쓰겠다면서 빌려 놓고 돌려 주지 않았음을 정말 뼈저리게 반성하고 이에 사죄하는 마음으로 반납 "여행"을 했다. 다행이 반납 여행의 결과도 좋았고 그래서 자료 기부도 많았다고 한다.
우리는 민가에서 고문서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이 있지만 이 책 저자처럼 소중히 다룰까? 규장각 소장 자료들은 기부를 받았는데도 아직도 다 살펴 보지 못했다는데 "기록의 민족"이라고 하기엔 부끄러움이 없지 않는가? 대단하지 않은 분량이지만 콕 찝어 무엇이 중요한지를 알려주고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