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의 전략가 쿠빌라이 칸
모리스 로사비 저자(글) · 강창훈 번역
사회평론 · 2015년 07월 20일
사상 유래없는 대제국을 만든 징키스 칸의 손자 쿠빌라이 칸의 이야기이다. 쿠빌라이 칸은 징키스 칸이 시작한 대제국을 완성하였고 또 마무리하였다. 그런데 역사에 기록된 내용이 다소 불충분하다고 판단한 저자가 "수성의 전략가" 측면에서 쿠빌라이 칸을 조명했다. 그리하여 동아시아의 학자가 아닌 서구 학자의 눈으로 본 쿠빌라이 칸 이야기가 나온 셈이다.
매우 훌륭한 학자인 저자는 "왜 이 책을 쓰는가"에 대해서 논리적이고도 체계적으로 서술하였다. 유라시아를 공포로 몰아 넣은 징키스칸의 정복 활동은 많이 알려졌지만 몽골 제국을 중국의 "원"으로 만든 쿠빌라이 칸에 대해서는 잘 모르며 정복보다 통치를 위해 노력한 쿠빌라이 칸의 고민을 깊이 보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그리하여 저자는 대도와 중도 도시를 건설하고 남송을 정벌하는 쿠빌라이 칸의 업적을 보여주어 대제국 원의 전성기를 보여주었다. 그 후로 전성기를 이끈 쿠빌라이 칸이 제국의 정점을 지나 쇠퇴기에 접어드는 이유도 잘 설명을 하였다. 매우 흥미진진한 내용을 많이 담고 있다.
"수성의 전략가"라고는 했지만 쿠빌라이 칸은 할아버지 못지 않게 권력을 차지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적통이 아닌 관계로 권력의 변방에 머무를 상황이었지만 형인 뭉케칸이 젊은 나이에 사망하면서 톨루이가문의 적자임을 선언하고 동생인 아릭 부케와 싸워 이겼다. 이 외에도 차가데이가문과 오고데이가문의 도전도 처리해야 했다. 저자가 중간중간에 암시를 했지만 쿠빌라이 칸이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너무도 큰 영토를 다스릴 사람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한 지역에서 발생한 반란을 제압하면 저 멀리 다른 지역에서 다른 문제가 발생을 했다. 통치 지역을 안정시킬만한 시간적인 여유 자체가 부족했고 또 이 거대한 지역을 다스릴 인재풀이 생각보다 작았다. 게다가 전쟁과 통치는 모두 자금이 필요한데 그 자금 조달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쿠빌라이 칸이 아예 할아버지처럼 정복만 하는 군주였다면 오히려 고민이 적었을 것인데, 정주하고 통치를 하겠다니 생기는 문제가 너무도 많았을 것이다. 요즘으로 보자면 스타트업이 매출이 급성장하여 회사 규모가 갑자기 커져서 내실을 다지지 못하는 시기가 지속되어 무너질 수 밖에 없는 경우를 뜻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이 책이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하겠다. 성장과 안정을 어떻게 추구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