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주는 직장을 나와서 빵집을 차린 사람이 책을 썼다. 억대 연봉의 임원이 자기 자리를 버리고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섰다면 기사거리가 될 만하다. 서울시 양평동에서 "아쥬드블레"라는 빵집을 연 저자가 맛있는 빵이 아니라 좋은 빵을 만들기 위해서 이전에 가던 길을 버리고 베이커가 되는 과정을 그렸다.
한반도에도 밀이 있다. 그런데 우리는 밀을 많이 먹지 않는다. 왜 그럴까. 맛이 없어서? 맛을 못 내서? 저자는 여러가지 생각 끝에 우리 밀도 살리고 그 밀로 빵을 만드는 과정에 도전하였다. 동업자와 함께 빵집을 만들고 신선하고 건강에 좋은 빵을 만들어 판매를 하였다. 대량생산과 소비에 적합한 현대의 밀과 빵은 먹기엔 좋으나 건강에는 좋지 아니하다. 어떻게 하면 우리 밀을 이용하여 빵을 낼 수 있을까. 공학을 전공하고 석사까지 받은 저자가 책을 쓰는 방식은 일반 인문학도와는 많이 다르다. 근거를 찾고 근거를 기반으로 서술을 하였다. 그래서 에세이지만 공학도 냄새가 풀풀 난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이 땅에서 나는 밀을 먹지 않았을까?" 의외로 단순하다. 쌀이 단위면적당 생산성도 높고 음식으로 해 먹기도 좋기 때문이다. 서구에서는 우리나 동남아처럼 수경재배가 별로 없어서 쌀을 주식으로 하지 못한다. 쌀이 뭔가 문제가 있거나 바꿔야 할 존재일까? 그건 아니다. 1970년대만 해도 밀 농사를 지었다. 생산성에서 밀은 쌀을 따라가지 못한다. 그래서 자연스레 밀이 도태된 듯 하다. 메밀이나 호밀 아니면 그 외 우리 밀들은 일부 분야에서만 쓰고 있다.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왜 살려야 하는지 또 왜 여기까지 왔는지 알아보는 것도 중요한 듯.
저자의 노력에 박수를. 아무나 도전해서 할 수 있을까?
저자의 브런치 : https://brunch.co.kr/@swanelee/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