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페리얼 크루즈 Imperial Cruise
제임스 브래들리 지음, 송정애 옮김, 도서출판 프리뷰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약간 넘은 시점에, 미국 대통령의 밀명을 받은 육군 장관 윌리엄 태프트가 대통령의 딸과 함께 샌프란시스코를 출발하여 태평양을 건넜다. 인종차별적인 이상주의에 빠진 미국의 당시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고서 "태양의 길"을 따라서 문명을 전파하겠다는 "숭고한 의도"를 퍼트리겠다는 제국주의 사도들의 이 여행을 "임페리얼 크루즈"라고 불렀다.
저자는 미국의 지난 100년 아니 그 전 100년을 포함하여 미국의 과거를 반성하고 있다. 백인 우월주의에 사로잡혔던 부끄러운 19세기가 있기에, 20세기 진주만 기습과 같은 치욕을 당했다고 보았다. 위정자들의 잘못된 생각이 미국을 엉뚱한 방향으로 이끌었고 (저자의 아버지를 포함하여) 흘리지 않아도 될 피를 흘렸다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19세기 아메리카 원주민의 피와 세기가 변할때 필리핀인들의 피가 2차 대전과 태평양 전선에서 미국인들이 피를 흘리게 만든 업보라고 본 것이다.
이 와중에 을미사변, 아관파천 등으로 허둥대던 고종 황제는 미국을 청나라의 대체물로, 미국 대통령을 "큰형님"으로 보고 그때 당시 대통령 시어도어 루즈벨트 바지가랭이라도 잡고 늘어지고 싶었을 것이다. 왜곡된 역사관을 가진 당사자들이 아니라 오히려 제 3자의 입장에서 서술한 내용을 보니 그때 당시 조선 반도가 얼마나 허망했는지 잘 알 수 있다. 명분에 허덕여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몰랐던 백성들이 치뤄야할 고통은 이후 식민지 시절과 한국 전쟁을 통해서 뼈저리게 느꼈어야 했다.
이 책은 미국을 무조건 지지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다. 한국전쟁도, 현재 주둔하고 있는 현실도 모두 미국이 자국의 이익이 없으면 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를 돕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국에 이익이 되기에 (어쩌다보니 그 이익되는 행위가 우리에게도 조금 이익이 되기에) 우리와 같이 있어 (것처럼) 보인다. 국가의 이익이 없이는 절대 움직이지 않는 국제 사회의 현실을 그 사회에 속한 저자의 시선으로 볼 수 있다. 저자 홈페이지는 jamesbradley.com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