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겐슈타인과 히틀러
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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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6 00:54
비트겐슈타인과 히틀러
킴벌리 코니시 지음, 남경태 옮김 그린비
이 책은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과 아돌프 히틀러가 1904년 같은 학급에 있었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유대인 홀로코스트가
비트겐슈타인(혹은 그의 가문)과 연관이 있다는 추론을 제기했다. 특히나 집안 배경이 달랐던 두 사람은 서로에게 사상적인 영향을
주고 받았다고 하는데, 한 사람은 나치즘으로, 또 한 사람은 좌파 지식인으로 20세기 초중반까지 활약을 했다.
대체로 이러저러한 가설이나 추론들을 보면 그 근거를 가지고 있다. 근거 없이 추론하면 주장이 공허하다. 이 책에서도 1904년에
비트겐슈타인과 히틀러가 같이 찍은 사진을 바탕으로 두 사람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았고 그 후 히틀러의 반유대의식이 싹텄다는
논리가 있다. 한편으로는 10대 유소년기 시절의 영향력이 평생 갈 수도 있다는 점으로 보아 이 논리가 타당하고 또 참신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복잡한 인생에 있어서 어느 한 요인으로 결과를 판단할 수 있을까 싶다.
혹자는 히틀러의 반유대주의가 비명횡사한 여동생의 살인범이 유대인이기 때문에 싫어한다고도 했고 또 혹자는 바이마르 공화국의 암울한
현실을 타개하고자 집단 분노를 표출할 대상으로 유대인을 정했다고도 했다. 또 혹자는 매독 걸린 히틀러의 정신 발작이라고도 했다.
이미 히틀러는 자살을 했다. 과거 흔적으로 되짚어 가기에는 너무 증거가 없다. 다만 "그랬을 것이다"라고 추측할 뿐이다. 이
책은 지나치게 문서와 발언에 의존하고 있다. 문서와 발언이 출처자의 의도를 많이 반영한다고는 하지만, 정치인의 발언은
"정치적"일 뿐이다. 요약하자면, 이 책은 짧게 설명해도 될 결론에 이르는 길이 너무나도 길고 장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