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노릇 못해 먹겠다
김만중 지음, 거송미디어
이 책은 2004년에 출판되었다. 조선 왕조에서 두번째로 오래 통치를 한 선조에 대해서 설명을 했는데, 잘 읽어보면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연관이 있는 내용이 많다.
선조는 유례없는 방계승통이다. (이후로 조선은 적자가 아닌 방계승통이 몇 번 더 있는데, 선조 이전까지만 해도 적자는 아니지만 왕의 핏줄이 계승하였다.) 자신의 뜻과 관계없이 왕위에 오르게 된 중종과 마찬가지로 정통성 부분에서 매우 취약하였다. 거기다 세자 교육없이 왕위에 오르다보니 살벌한 궁중 생활을 버티는 힘을 본인 스스로 터득하다보니 시행착오와 함께 슬기롭지 못한 해결책을 많이 내세웠다. 보위 세력이 약한 왕이 행할 수 있는 방법은 신하들을 줄세우고 또 가끔씩 뒤집는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논쟁만 하다 전쟁을 치루게 되었는데, 그 속에서 적군이 아닌 백성들의 손에 왕궁이 불타는 사건도 발생하였다. 전쟁이 끝난 후에도 비슷한 상황은 계속 되었고 임금 노릇 못해 먹겠다는 소리가 절로 나오게 된 것이다.
한편으로 보자면, 병신짓하다가 전쟁으로 정말 치욕적인 삼배구고두예까지 치룬 인조에 대해서는 다들 입을 다물고 있는 듯 하다. 임진왜란은 그나마 "승리"여서 그런가. 아니면 노론 세력이 자기네들 집권기가 아니라고 일부러 임진왜란과 선조만 까는 것인가.
저자가 기자 출신이다보니 사실을 통해 뭔가 설명을 하다가도 추론이나 추측을 통해서 글을 쓰는 경향이 좀 있는 듯 하다. 역사서는 역사서 답게 써야 하는데, 이 책은 역사서라기보다 "평가서"에 해당하니, 딱히 안 어울리지는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