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 Book

추악한 전쟁(Unholy Wars)

추악한 전쟁(Unholy Wars)

존 쿨리 지음, 소병일 옮김, 이지북


추악한 전쟁 대표 이미지 


9.11 테러 이후에 미국은 정의를 위해서 두주먹을 불끈 쥐고 일어선 의인처럼 전 세계 악의 축을 시도때도없이 건드리고 있다. 테러의 주범이 숨어 있고 또 그 나라 정부가 비호하고 있다 하여 아프카니스탄을 쑥대밭으로 만든 후에 나몰라라 팽개치더니 급기야는 악의 축이라고 몰아세운 후에 속옷까지도 털어내고 다 보여주는 이라크를 사정없이 두들겨 팬 후에 이 산이 아닌 갑다 하면서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은 왜, 그 전에 영국은 왜 중동이 자기 앞마당이라고 떠들고 다니/녔는가? 사실 9.11 이후로 여러 학자/언론인들이 이런 문제들을 분석해보고자 다양한 시각을 가지고 접근을 했었다. 제임스 레스턴은 살라딘과 리차드로 표현하여 중동과 서유럽의 대립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했다. ("신의 전사들") 존 루이스 개디스는 미소 냉전의 상황 속에서 양자의 대립이 극동의 한반도와 중동에서 터진 것이라고 하였다. ("새로 쓰는 냉전의 역사")

이 책의 저자는 그 원인을 아프카니스탄 전쟁에서 찾고 있다. 어찌보면 개디스의 의견과 비슷하다 할 수 있는데, 냉전 영향 속에서 마지막으로 돌출한 구 소련의 아프카니스탄 침공이 현재의 상황을 불러왔다고 할수 있다. 이 책은 2001년 이전에 출간이 되었다. 그렇지만 이 책은 9.11 테러를 예견했다고 하여 화제가 되었다. 과연 책 속에는 그런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을 봐야 한다. 왜 "Unholy Wars"인가.
미국은 냉전이 시작되면서 중동지역에서 구 소련이 남하하지 못하도록 갖은 노력을 다했다. 이란의 전 국왕인 샤 팔레비 왕이 만든 "사파리 클럽"에서부터 1990년대 초까지 존재했던 중앙아시아 마약 델타에 이르기까지 미국이 손대지 아니한 중동 근대사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프카니스탄을 구하기 위해서 일으킨 "거룩한" 전쟁에 현재 테러리스트로 지목받고 있는 거의 대다수 집단이 참여하였다. 그 전쟁을 통해서 단련된 전사들이 지금은 테러리스트로 박대(?)를 받고 있다.
오사마 빈 라덴도 미국과 미국의 확실한 우방인 사우디 아라비아를 통해서 지원받았다. 아프카니스탄 내에서 스팅거 미사일 판매, 파키스탄 정보부의 내전 개입, 방대한 양귀비 재배를 통해 얻은 부로 중앙아시아의 핵심부인 아프카니스탄에는 각종 군벌들이 난무하게 되었다. 그런데 지금에서는 혁명 전사들이 "테러리스트"로 벌레취급당한다.
이 책에서는 미국을 공격한 테러리스트들이 미국에서 교육받았다고 말한다. 애초부터 9.11 테러가 났을때 비행기를 조정한 요원들이 어디서 교육받았는지가 문제되었었다. 9.11 이후의 상황만 놓고본다면 미국은 별로 잘못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 테러리스트들은 미국이 교육한 "혁명 전사"이자 "성전의 투사"였던 것이다.
이제 와서 미국이 "악의 축"으로 규정한 나라들을 보면, 결국은 미국이 자신이 중동 정책에서 실패했다고 인정한 결과들이 되는 셈이다. 세계의 경찰 국가라는 자부심보다는 결국 자국 이익 때문에 수천, 수만 중동 민족들을 학살하게 만들고 피흘리게 만들었으니 어떻게 그것이 "성전"일 수 있겠는가.

마지막에 번역투가 좀 많았지만, 어쨌건 중동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리고 필리핀 등의 동남 아시아에 마약이 어떻게 퍼져 있는지를 알려면 이 책을 보라고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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