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백년 내력의 명문가 이야기
조용헌 지음, 푸른역사
명문은 무엇인가. 이 책의 저자 조용헌 교수는 발로 뛰며 명문 고택을 돌아보면서 과연 우리 땅의 명문세가들이 어떠했는지 찾아 냈다. 명문 고택에서, 조용현 교수는 집이 명문을 만드는 것이 아님을 절절히 깨달았고 전무할 줄 알았던 이 땅의 명문가들이 진정한 지도층이었음을 밝혔다.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몸소 실천했고 이 땅이 어려울때 분연히 일어섰고 남들과 고립된 가문이 아니라 진정으로 우러러 볼 수 있는 집안을 만들어서 200년 넘게 유지되어온 가문들이 우리의 명문가였던 것이다.
경북 영양의 호은종택, 경주 최부자집, 경남 거창의 동계고택, 서울 안국동의 윤보선 고택, 남원 몽심재, 해남 윤선도 고택, 안동의 의성김시 내앞종택, 충남 예산의 추사 김정희 고택 등 15개 고택과 그 집안에 대해서 집안 역사, 시조, 풍수와 집안 배치, 현재 상황 등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이 책에서 특이했던 바는, 명문가들이 하나같이 지조있거나 꿋꿋하게 한길을 가거나 원칙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또한 후손들은 스스로 종가의 명예를 어깨에 짊어지고 살면서 가문의 명예를 드높였다는 점이다. 그러하면서도 명문가들은 자기 자신만을 위해 살지 않았다. 국난으로 어려웠던 때, 부자는 기꺼이 재산을 내 놓았고 집안 사람들 몇몇은 목숨을 내버리면서까지 어려움을 개척하기도 했다. 독립운동으로 가문을 드높인 사람들이 하나가득인 집안도 있는가 하면 후손들에게 물려줄 재산도 남기지 않고 전 재산을 기부한 집안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 존경받는 "가문"이 있을까? 있다면 그들은 5백년 내력의 명문가들과 비견하여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가. 부자가 3대 가기 힘들다 했다. 모난 돌이 정을 맞듯이 그들은 그런 사연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모난 능력으로 주변사람들까지 돌본다면 존경을 받게 마련일 것이다. 그렇게 하면 후세로 갈수록 가문이 더 견고해지고 명문이 되는게 아니겠는가. 어려울때 먼저 나섰기 때문에 존경을 받게 되었는데, 요즘 명문가들은 과연 그러한지 반문을 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