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초상
프랑수아 자콥 지음, 박재환 옮김, 맑은소리
"노벨의학상 수상자의 자전적 감성 에세이"
한 사람의 삶을 살짝 엿본다는 느낌이다. 그것도 세상을 참 어렵게 살았으면서 삶의 뚜렷한 목표를 이룬 사람의 삶을 본다.
처음에 나는 프랑수아 자콥이 아주 유명한 정치인이겠거니 하고 책을 펼쳤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프랑수아 자콥은 노벨상 수상자이지만, 아주 평범하게 20세기를 살아온 사람이었다. 전쟁도 겪고 성장의 고통도 겪었으며 미래의 진로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한 사람이었다.
유년시절
이 사람의 글 속에는 자신의 어린 시절이 다 나와 있다. 정말 누구나 어린 시절은 다 비슷하게 생각을 하기 마련인데, 어쩌면 이렇게 비슷할까 의아할 정도였다. 더구나 이 사람의 고민 흔적들, 성장하면서 받아들이는 생각들이 어쩌면 그렇게 정확하게 묘사를 했는지, 어린 시절에 쓴 일기를 그대로 훔쳐보는 기분이었다.
어린 아이의 눈에 주변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느끼는 두려움과 호기심, 학교에 대한 두려움과 외부 세계에 대한 공포가 이토록 묘사가 잘 되어 있다니. 실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전쟁과 성장
제 2차 세계대전. 우리가 알고 있는 제 2차 세계대전은 위대한 장군과 용감한 군인들의 이야기일 뿐이다. 현실에서 직접 전쟁을 체험하고 전쟁을 겪은 사람들은 결코 위대하지도 않고 용감하지도 않았다. 다만 생존을 위해서 싸우고 내일을 걱정했을 뿐이다. 샤를 드골 장군과의 우연한 만남도 그저 "성당"같은 사람과 마주쳤다고 넘겨버리는 저자의 멘트에서, 일반인에게는 이념이나 이데올로기보다 바로 내일의 생존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6년 가까이 계속된 전쟁으로 한창 젊은 나이의 저자가 겪어야 했던 고통, 그리고 전쟁이 끝난 이후 전쟁의 긴장에서 빠져 나와 겪은 공황 상태가 잘 나타나 있다. 전쟁은 그 과정이나 결과가 모두 혼란이다. 그 혼란 속에서 질서와 안정과 정돈을 유지하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이 책을 읽으면 가히 이 저자가 힘든 20세기 중반을 보냈다고 느낄 수가 있다.
결실
꾸준한 노력끝에 세계적인 파스퇴르 연구소에서 결국은 미생물학 분야에서 개가를 이루었다. 솔직히, 박테리아나 미생물에 대해서 별로 관심이 없어 아쉽기는 했다. 내가 생물학도였으면 좀 더 흥미를 가지고 읽었을텐데. 어쨌건 이 사람은 자기 분야에서도 성공을 했다.
아쉽게도, 이 책은 역시나 번역체가 심하다. 읽으면서 이해가 되어야 하는데, 가끔은 이 사람의 생각대로 상상을 하다가 번역체 때문에 현실로 되돌아온다. 아무래도 다른 나라 언어로 된 글을 감정까지 그대로 옮겨 오는 것은 결국 불가능하다고 봐야 하는가.
[이 게시물은 칠성님에 의해 2009-12-14 14:33:08 추천 도서에서 이동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