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와 벼룩
찰스 핸디 지음, 이종인 옮김, 생각의 나무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가 베스트셀러가 된 적이 있다. 이 책은 그 책의 후속판이라고 봐도 될 것이다. 물론 저자는 다르다. 하지만 생각해 봐야할 점들은 많다.
평생 직장이라는 틀이 깨진지는 오래되었다. 아니, 한국에서는 이제 길면 한 15년 정도가 된다. 평생 직장이 깨졌다는 것은, "안정"적인 사회 생활이나 경제생활이 없어졌다는 것과 더 이상 회사가 개인의 생활을 책임져 주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기업은 개인을 조직의 부속품으로 여기어 쉽게 교체하거나 더 이상 투자를 하는 일이 없게 되었고, 개인은 또 개인대로 회사에 목을 매지 않고 살게 되었다.
기업과 개인과의 관계가 전 세계적으로 이렇게 바뀌고 있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월급쟁이뿐만 아니라 전 세계 월급쟁이들이 모두 동의하는 사항이다. 단지 우리나라가 노동운동이 늦었고 그 과정에서 월급쟁이의 자각이 늦어서 해외 선진국보다는 대다수 국내 사람들의 인식이 늦었다고 할 수 있다.
저자인 찰스 핸디는 영국에서 강연도 하고 글도 써서 먹고 사는 사람이다. 잘나가는 석유회사에서 회사 생활을 시작했고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괜찮은 과정들을 다 거친 사람이다. 그러나 1980년대 대처리즘에 의해서 회사의 대내외 환경이 바뀌어 찰스 핸디도 결국은 스스로의 살길을 찾아 회사를 떠나게 되었다. 회사를 떠난 심정이 어떠한지는 퇴사한지 1년이 지난 후 명함을 건네는 사람에게 줄 자신의 명함이 없다는 마음으로, 찰스 핸디는 설명을 하고 있다. 자신을 나타내는 명함이 없다는 것은 사회에서 자신이 바탕을 두고 있지 않음을 나타내는 것같아서 정말 힘들다는 표현을 했다.
회사 생활을 오래한 사람이라면 저자의 그 마음을 이해할 것이다. 그러나, 회사에서 일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바로 이런 면에서 지난 2~3년간 창업 열기가 바로 그 답이 될 것이다. 이 책에서 "코끼리"는 기업을 뜻하지만 벼룩은 개개인 프리랜서 집단 내지는 개인을 뜻한다. 찰스 핸디는, 자신의 경험을 통하여 일반인들에게도 코끼리에 매달리지 말고 벼룩처럼 사는 길도 있음을 생각하라고 한다.
회사 생활이 모든 것을 보장해주는 시대는 지나갔다. 이제는 자신의 능력으로 평생을 벌어먹고 살아야 한다. 저자는 책쓰기와 강연으로 자신의 길을 찾았다고 보여준다. 모두가 다 책쓰기와 강연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단지 찰스 핸디는 그런 길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고, 책을 읽는 독자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사회의 패러다임은 항상 변하고 있다. 변하지 않는 패러다임이라면, "변화를 통해서 사회를 유지한다"는 그 패러다임일 것이다. 수렵시대, 농업시대, 산업시대를 거쳐서 이제는 정보 서비스 산업시대로 가고 있다. 우리는 이제까지 대학을 졸업하면 의례히 대기업에 취직하여 월급쟁이 생활을 해야한다고 알고 있었다. 대학교를 졸업하여 장사를 하면 그 시선이 곱지 않았다. IMF를 통해서 우리는 대학을 졸업하여서 창업, 벤처, 점포 운영 등에도 관심을 쏟을 수 있다는 자각을 하게 되었다. 어찌보면 별것 아닌 내용이지만, 이 책을 통해서라면 한번 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게시물은 칠성님에 의해 2009-12-14 14:33:08 추천 도서에서 이동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