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집과 실패의 전쟁사
에릭 두르슈미트 지음, 강미경 옮김, 세종서적
지도자란 어떤 존재인가. 만인의 위에 있음으로 해서 한사람한사람 다 볼 수 있는 위치를 가진 사람이 아니던가. 지휘관이란 또 어떠한가. 부하를 아끼고 부하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작전의 전체를 꿰뚫고서 승리로 이끌어야할 존재가 아니던가.
그러나, 지휘관이 이런 노력들을 게을리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두루두루 살펴야할 지휘관이 한 가지 사실만으로 상황을 판단하거나 지휘관의 욕심으로 고집을 피운다면 전쟁이 어떻게 되겠는가. 이 책은 지휘관의 위치가 어떠하며 어떤 이유 때문에 실패를 하게 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실패 사례를 기록했다.
역사적으로 인류는 수없이 전쟁을 해 왔다. 막상막하로 싸운 전쟁도 많지만 대체로는 규모에 관계없이 철저하게 준비한 부대가 방만한 부대를 이기거나 최소한 큰 타격을 주었다.
책의 저자가 종군기자 출신이기 때문에 더욱 더 전쟁의 뒷모습을 생생하게 기록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더불어 최근 이라크 침공으로 인해 현대에서도 지휘관의 아집과 자만이 얼마나 큰 희생을 가져오는지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
이 책에서 이채로운 두 사건이 있다. 그것은 워털루 전투와 크림전쟁때의 발라클라바 전투이다. 워털루 전투는 나폴레옹의 백일 천하가 영국 웰링턴 공작에 의해 깨진 유명한 사건이다. 백중세의 전투였지만 결국 나폴레옹은 전투에서 졌으며 세인트헬레나섬으로 유배당해서 최후를 마친다. 그럼으로써 프랑스 제국은 끝이 나고 혁명의 불길은 꺼졌지만 이로 인해서 전 유럽은 엄청난 변혁의 불씨를 안게 된 것이다. 역사에서 가정은 무의미하다. 만약 나폴레옹이 워털루 전투에서 이겼다면 역사는 어떻게 변했을까. 저자는 나폴레옹이 그 다음 전투에서 졌을 것이라고 한다. 이른바 시대 대세론인데, 책을 읽으면서 공감을 아니할 수가 없었다. 나폴레옹은 서양에서 알렉산더 이후로 최고의 정복자이자 지략가이며 전쟁의 천재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그가 그토록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재기하여 전투에 임했다. 객관적인 전력으로 봤을때 나폴레옹에 맞선 연합군들은 나폴레옹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나폴레옹은 결정적으로 "운"이 다했다고 할 수 있다. 부하들의 어처구니 없는 실수(특히 그루세 장군)로 전략의 천재가 맥없이 무너진다는 것은 인간의 힘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삼국지와 역사 사기극"이란 책에서 그 책의 저자가 나폴레옹의 패인을 심도깊게 분석한 바는, 아무리 천재라 하더라도 음식과 건강 조절에 실패하여 맥없이 명령을 내리면 결국은 큰 화가 된다고 나온다.
발라클라바 전투는, "제 13경기병대"라는 영화로 더 유명하다. 이 영화는 지휘관들의 무모하고 무지한 의사결정에 의해서 부대원들의 대다수가 살상당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앞의 워털루 전투와는 너무나도 대조되는 이 발라클라바 전투는 영화 속에서도 지루하게 진행된다.
이채롭다는 것은 내가 안다는 뜻이다.
"전쟁사"라는 관점에서 이 책을 보기보다 지도자가 가져야할 항목을 찾는 방편으로 이 책을 봐야 할 것이다.
[이 게시물은 칠성님에 의해 2009-12-14 14:33:08 추천 도서에서 이동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