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쟁과 나
채명신 지음, 팔복원
한때 "백골병단 유격대"를 이끌어 한국전쟁에서 유격전의 진면모를 보여주었
던 사병 출신 군인 채명신 장군의 월남전 이야기이다. 사선을 몇십 번 넘나든
사람이 과거를 회상한 것이라 생생한 것이 어느 소설보다 더 강렬하다.
먼저, 저자를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이북 출신으로 죽을 고비를 넘기며 월남하
였고 군에 투신하여 한국전쟁 동안 혁혁한 공을 세웠다. 정치군인으로 흐르기
쉬웠던 그 시절에 꿋꿋하게 자기 자리를 지켰으며 독실한 신앙으로 어려움을
많이 극복했단다.
저자는 2006년 경 월남전에 대해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제대로 설명해
주기 위해서 이 회고록을 썼다고 했다.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 월남에 갔고 그
곳 사람들을 진심으로 보살폈는데 그 실상을 제대로 알지 못하니 후세에 기록
을 남기기 위해서란다.
한때, 죽을 고통이나 위기를 겪은 사람은 얼마나 대단할까 생각을 했다. 전쟁
중에 400명 부대원들을 이끌고 적진을 침투해 가는 건 죽어도 죽지 않는 영화
속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사람이 고통을 극단적으로 겪으면 바뀌는게 많다고
한다. 절대자를 영접하게 되거나 인간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기도 한다. 독실
한 종교 신자인 저자가 한국 전쟁 뿐만 아니라 월남의 내전에서도 큰 고통을
겪었고 그 경험을 여기에 담았으니, 실로 귀중한 자료라고 해야 할 것이다.
저자는 자신이 쓸 수 있는 사람인지 쓰일 사람인지를 정확히 알고 있다. 신이
자신을 통해서 또 정치인이 자신을 통해서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 잘 알고
그에 충실하게 실행할 수 있는 잘 아는 사람이다. 더불어, 죽을 듯한 고통을
겪어도 가끔은 나이들어서 현명함을 그리고 널리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
는 건 아니다는 점. 딱 거기까다.
추신 : 저자는 계급장을 굳이 바꾸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다. 1996년 강릉 무장 공비 침투 사건때 계급장 색깔로 인해서 저격 피해가 일어난 사실을 모 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