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한제국 마지막 황태자비 이마사코입니다
강용자 저 / 김정희 편 | 지식공작소 | 2013년 08월 01일
고종의 셋째아들 영왕 이은의 부인으로 영왕이 순종의 뒤를 이을 황태자여서 황태자비 이방자(마사꼬)이다. 의왕(의친왕)은 난봉을 많이 하여 자식을 무려 스물이 넘게 두었는데 영왕은 후실도 들이지 아니하고 오로지 이방자 여사와 살면서 아들 둘만 두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왕족"이나 "황족" 혹은 "귀족"이라도 자기 멋대로 살 수 없구나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이 누리는 호사가 결코 그냥 받아들일 수 있는 호사가 아님을 알게 된다. 고종이 지극히 사랑했던 영왕(영친왕)도 책 속에서는 잠깐 반항을 하지만 내내 무기력하게 살 수 밖에 없다. 이는 일본의 왕가나 이방자 여자의 친정도 마찬가지이다. 백성들이 존경하고 우러러 보는 모습 이면에는 왕족이라서 호사롭다라고 흘겨보는 시선이 있다. 또한 입헌군주제여서 권력자에 휘둘리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고종은 아버지 이하응이 힘을 써서 왕이 되었다. 그래서 초기에는 흥선대원군 이하응이 섭정을 하였다. 파락호처럼 산 이하응과 달리 고종과 그 자식들은 왕가의 교육을 받아서 법도를 익혔다. 나라가 위태로운 시기에는 법도를 익혀서 품격 있게 살면 뭔가 해결할 방법이 없다. 한때 왕가의 반항아였던 의왕(의친왕)도 기껏 소소한 반항밖에 못했다. 20세기 조선 왕실의 후예들이 답답하게 살았던 이유는 난세나 격동기에 대비를 못했기 때문이다. 아니 대비를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교육 받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기득권을 버리지 못하고 일제에 부역했다는 의견이 나올 수 있는 부분이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였기에 지금은 대한제국이 아니고 대한민국이 될 수 있었던 바다.
역사는 사람이 만든다. 그래서 이 책의 주인공 이방자 여사는 20세기 한반도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심지어 해외 순방을 통해서 외국까지도 연결되어 있다.
이 책은 경향신문에 연재된 내용을 2013년에 정리하여 펴냈다. 구술을 받아 적어 글을 쓴 강용자 씨 능력이 출중해서인지 아니면 구술자가 능력이 좋아서인지 그도 아니면 편자인 김정희씨가 탁월해서인지 책 내용이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