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야 공동 창업자 마크 랜돌프가 최초 공개하는 넷플릭스 창업 이야기
마크 랜돌프 지음 | 이선주 옮김 | 덴스토리(Denstory) | 2020년 05월 01일 출간
웬만한 회사 창업 이야기를 이렇게 솔직하게 쓴 책은 거의 없을 것이다. 거의 모든 책이 창업 과정을 "신화"로 만들어 버리는데 이 책은 창업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방법들을 아주 체계적이고 적나라하게 담고 있다.
마크 랜돌프는 넷플릭스를 창업할때 얼추 40대였다. 창업이 쉽지 않다고 생각할 나이에 도전을 결정하고 또 목표를 이루려고 노력하는 과정을 담았다. 이제는 마크 랜돌프도 60대가 넘었을 것이다. 마크 랜돌프가 책을 쓴 시점에도 넷플릭스에 몸 담고 있었다면 아마 이렇게 적나라한 책은 쓰지 못했을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넷플릭스는 현 CEO 리드 헤이스팅스가 다 했다고 여기는데, 초창기 아이디어부터 시작하여 회사 밑바닥을 다지는 작업을 마크 랜돌프가 다 했다고 하니 아이디어부터 시리즈 A까지 투자 받을 생각인 창업(혹은 예비)자는 이 책을 꼭 보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이 책이 대단한 점은 솔직함 외에도 몇 가지가 더 있다. 회사 설립 전부터 설립 그리고 어느 정도 투자 받을때까지 모두 시간 순서대로 나열을 했다는 점이다. 이게 왜 중요하냐고? 창업하려는 사람에게는 이만한 가이드북이 없다. 언제 무엇을 하고 언제 무엇을 준비하며 언제 무엇을 결정해야 한다는 게 얼마나 중요하던가. 게다가 웬만한 창업 성공 서적에서는 "우리는 창업해서 성공할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언제 무엇을 했는데 그것은 나중에 무엇이 되었다"라는 식으로 서술을 많이 한다. 그게 얼마나 초기 창업자나 예비 창업자에게 독이 되는 글인지 아는 사람이 없다. 이 책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넷플릭스는 애초에 DVD 대여업으로 시작하였다. 아니 왜 그때 당시에 대중화되었던 비디오 테이프나 LD도 아닌 DVD인가? 그리고 대여업을 하다가 왜 VOD 사업으로 전환하였는가? 애초부터 넷플릭스는 VOD 사업을 진행했던게 아닌가? 절대 아니다. 창업 초기에 세운 목표와 방향은 시장을 통해서 변하게 마련이다. 시장이 원하는 방향대로 변하면 회사는 살아 남고 또 돈을 벌게 된다. 이를테면 2007년에 화려한 웹 사이트를 만든 업체(전자상거래든 서비스든)가 불과 5년 뒤에 모바일 세상이 오는 것을 어찌 알았겠는가. 다만 스마트폰 사용자가 늘어나고 시장 수요가 많아지면 당연히 모바일 채널로 변하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 변화가 커지면 기존 사업을 변형할 수도 있다. 그렇게 변형한다면 살아 남을 것이고 그게 아니면 모 SNS처럼 망할 수 밖에 없다. 이 책은 그런 과정을 담고 있다. "어떤 천재가 탁월하게 세상을 예측해서 엄청난 서비스/제품을 내 놓았다"는 식으로 서술하지 않았다.
사실 이런 IT 기반 책은 용어가 좀 어렵거나 번역이 힘든데, 역자가 번역을 잘했다. 책을 읽는데 거슬리는 부분이 없었다. 그게 또 대단한 점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지분을 넘기고 회사를 나오는 이야기까지 담았다. 이건 정말 초기 창업자에게 엄청난 고통이다. 저자는 그 과정 또한 숨기지 않고 적었다. 대기업을 포함하여 이 세상 모든 기업이 땅짚고 헤엄치는 사업을 한 게 아니고 매일매일 힘든 과정을 거쳐서 지금까지 왔다.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기업은 거의 없다. 매일매일 변하면서 적응하기 때문에 미래를 예측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이 있다면, "꼭" 읽기를 바란다. 그리고 읽을때 반드시 "행간"을 잘 읽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