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왕조의 위기, 혹은 세계화 시대 | 몽골 제국과 고려 3
이승한 (지은이)푸른역사2015-09-15
꽤 오래전에 이승한 저자의 책 "고려 무인 이야기" 시리즈를 재미나게 읽었는데 그때 당시에 재미있다 느꼈던 서술 방식이 이 책에 와서는 다소 식상하다. 비록 고려왕조 시절 자료가 부족하기는 하지만 대부분 추정과 추측이라 역사적 사료를 기반으로 한 내용이 많지가 않다. 어느 책이든 인용이 매우 중요한데, 사료 부족이라 하더라도 지나치게 "추측" 중심으로 서술한 건 문제가 아닐까.
이 책은 "고려 무인 이야기" 이야기처럼 연작물인데, 충선왕부터 시작하여 충숙왕, 충혜왕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충렬왕" 이후 고려의 왕들은 몽골 제국의 부마국이 되어 휘둘리는 삶을 살았는데, 국제정세를 파악한 공민왕때까지 왕이되 왕이 아니었다. 이 책에서 설명하는 왕들은 고려 왕권이 매우 부실했던 절정기를 살았다. 흔히 왕이나 권력자들 삶이 원하는대로 살 수 있고 뭐든 다 할 수 있다 생각하는데, "실권"이 없는 왕이나 권력자는 오히려 수조 속 물고기보다 못하게 산다. 이 책에서 나오는 왕들이 다 그러한 삶이다. 음행이나 축척 등을 일부 할 수는 있으나 그런 경우 오히려 권불십년이다. 권력이 있을때나 아랫사람이 넘보지 못하지 권력없고 이름만 있으면 살아 숨 쉰다는 자체가 괴로움일 수 있다.
저자가 "고려 왕조의 위기"면서 "세계화 시대"라고 했는데 근대 국가 성립 이전에 "모든게 왕의 소유물"이었던 시대에 고려인들이 고려를 벗어나 다른 지역으로 자유로이 갈 수 있는 모습을 "위기"이자 "세계화 시대"로 본게 아닐까 싶다. 특히 20세기때 배웠던 역사서에서는 "심양왕"을 깊이 다루지 않았는데 이 책에서는 고려왕과 심양왕 관계를 깊이 다루었고 몽골제국 내부를 좀 더 자세하게 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역사적으로 보면, 이 시기의 유럽에서는 봉건제도가 발전하여 왕과 봉국 관계가 명확하고 한 지역의 왕으로 책봉이 되어도 다른 지역의 왕을 겸할 수 있었다. 노르망디 지역이 한때 영국 국왕 영토였으며 합스부르크 왕가나 신성로마제국의 왕가 등도 근대 국민 국가 생성 전에 영토를 왕에 따라 이전을 많이 하였다. 이 책에 보면 충선왕은 심양왕과 고려왕을 겸하였다. 만약 이 두 지역을 합쳐서 상속하였더라면 고려 영토는 만주까지 확장되었을 듯 하다. 억지스럽지만 어찌보면 우리 역사에서는 저 시기에 고려 영토를 더 확장해야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700년 전 이야기에서 영토 따지는 건 어찌보면 지나치게 아전인수격인 해석일 수도 있겠다. 저자도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굳이 언급하기보다 "세계화 시대"라고 에둘러 설명한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