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자유롭다 못해 방종하기까지 하다. 그 방종은 작위적인 것처럼 느껴지는데, 이 책이 처음 출판된 94년도 시대상에 대한 반작용은 아니었을까. 그래서인지 책 속에는 사회적으로 터부시되는 내용들로 가득한데, 이런 내용들이 서로 맞물리면서 모종의 흐름이 자연스레 형성되어 흘러가는 분위기를 자아내는 작가의 역량이 인상 깊다. 책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 하나하나는 주인공의 삶 속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와중에 그 무게감을 상실하고 공허한 느낌을 풍긴다. 이 책 전체에서 계속 되풀이 되는 이야기의 뼈대는 처제를 사랑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인데, 사실 뼈대라고 해봤자 이 책에서는 이야기라든지 줄거리라든지 하는 게 의미가 없다. 그런 것보다는 처제를 향한 한 남자의 강렬한 욕망이 지리멸렬하게 반복되는 일상사 속에 지리멸렬하게 묘사되고 있다는 것이 이 책을 압축적으로 요약하는 말일 게다.
그래서인지 이 소설책에 대해 얘기하면서도 인용할 구절이 마땅찮다. 어느 한 구절이 다른 데보다 비중이 있거나 하지 않고, 모든 구절이 저마다 책 전체의 흐름을 형성하는 데 기여하는 것이다. 그만큼 이 책의 서사 형식은 파격적인데, 한 바퀴, 두 바퀴, 세 바퀴 계속해서 같은 내용이 반복되는 듯 하면서 미묘하게 달라지는 내용들과 새로이 덧붙여지는 사건들과 기존에 드러나지 않았던 사실들이 책 속 흐름을 주도한다. 오늘날에 와서는 드문드문 책 속에 등장하는 90년대 중후반 서울 공간에 대한 묘사가 흥미롭다. 아직 5호선이 들어오지 않은 광화문, 당시에 가장 높은 건물로서 우뚝 솟은 63빌딩, 구 서울역, 한강 등에 대한 묘사나 상사와 함께 당시 고급 스포츠로 인식되던 테니스를 치는 얘기 등에서 당시 시대상이 솔솔 묻어난다.
주인공 내면의 은밀한 욕구를 상상 속에서 실행으로 옮기는 것에 대한 상세한 묘사로부터 실제 성행위에 대한 적나라한 묘사에 이르기까지 이 책은 거침이 없다. 책 속에는 온갖 사회적 터부들이 등장하는데, 책 내용의 흐름이 어찌나 '기괴하게' 돌아가는지 그렇게 현실과 동떨어진 듯한 글 속 분위기 속에서는 그런 터부들조차 용인되는 듯이 느껴진다. 그러다가 종국으로 치달으면서 몇 가지 사실들이 밝혀지고 마침내 그동안 되풀이되어온 모습들이 새롭게 비치기 시작한다. 그럴수록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더욱 현란한 감각의 세계로 눈 돌린다. 이른바 '재즈 교회'가 등장한다. 그래서 "너희가 재즈를 믿느냐?"하는 제목은 책 속 등장인물들이 자기네 삶의 모습이 아무리 기괴하게 보이더라도 나름대로의 철학과 정당성을 갖고 살고 있다는 항변처럼 느껴진다.
워낙 책 속 구절을 인용하기에 어울리지 않는 책이지만 한 가지, 책을 보다가 실소하게 만든 구절이 있어서 인용해본다. 이 책은 어쩌면 이명박이란 이름 석 자를 담고 있는 소설책 중에 가장 유명한 책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