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신화의 이해
전인초, 정재서, 김선자, 이인택 지음, 아카넷
상당히 실망스럽다. 나름대로 중국과 관련하여 유학까지 갔다온 사람들의 권위있는 글들이 이 정도 수준밖에 안된다고 생각하니, 인문 사회학의 위기라고까지 하면 좀 오버가 되겠지만, 그래도 오래동안 연구를 했던 사람들의 글이 이러하다니.
저자들의 연구활동이 적지 않고 또 유학까지 갔다왔기 때문에, 기대하는 바가 컸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이 책을 읽을 시기에, 일본 애니메이션 "십이국기"를 보는데, 어떻게 된 것이 이들의 연구가 일본의 상업적 제작자들보다 못하단 말인가.
애초에, 이 책을 읽을때, 나는 저자들이 중국신화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제시를 해 줄 것으로 기대했었다. 그러나, 문헌에만 의존한 연구의 한계인지, 아니면 아직 저자들의 내면에서 중국신화가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한 것인지, 일독에서 전혀 직관적으로 와닿지를 아니하였다. 다시말하면, 저자들은 책 읽기에는 급급했지만, 전체를 짜임새있게 만들어 제대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했다. 더구나, 신화라는 것은 나라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지역을 따지는 것이 중요한데, "중국신화"라고 하여 동북 아시아 일대에 있는 모든 내용을 모조리 중국신화로 파악한 점은 상당히 아쉬움이 남음과 동시에 신화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맹점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네 저자가 한 분야씩 글을 써서 만들었다. 이를테면, 중국신화의 의의, 발전, 현대적 의미 등등이다. 전반적으로 예전의 책보다 더 나은 것이 없다. 단지 문헌을 옮긴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저자의 상상력은 전혀 개입이 되어 있지 않거나 분석도 별로 없다. 심지어 신화의 현대적 의미를 봄에 있어서, 중국신화와 일본의 포케몽이 연관되어 있다는 설명 정도이다.
우리나라만큼 신화에 대해 무관심한 나라도 없다. 내가 앞서 모봉구씨의 책을 읽었을때는 그나마 희망이 좀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학계에서 이런 책이라니 상당히 불만스럽다. 신화를 재구성하는 것은 결국 보편적으로 퍼져 있는 상상력이 아닐까 싶다. 그 지역에 내려오는 전설과, 고대부터 내려온 기록들, 그리고 인간의 보편적 상상력 등이 신화를 재구성할 수 있는 힘이다. 이미 일본에서는, 중국과 중국대륙에 대한 탐색을 오래전부터 해 왔기 때문에 중국의 신화를 재구성하려는 노력들을 엄청나게 해 왔다. 앞서 말한 "십이국기"뿐만 아니라, 그들은 "실크로드"같은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일부러 어떤 식으로 신화가 전파되었는가도 연구를 하고 있다.
관심삼아 읽어보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말리고 싶다. 행여 독후감을 쓰겠다면, 오히려 다른 책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