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설
모봉구 지음, 두레미디어
신화와 전설을 분석해 온 사람들에게는 존경을 보내고 싶다. 깊은 통찰력과 예리한 안목, 그리고 폭넓은 이해가 없다면, 현재의 생각으로는 도저히 잡을 수 없는 내용들을 꺼내지 못했을 것이다. 캠벨이 그랬고, 또 여기 글쓴이 모봉구가 그렇다.
더 대단한 것은, 이 책의 저자가 바쁜 공무원임에도 불구하고 틈틈이 글을 썼다는 사실에 있다. 신화와 전설을 파헤치는 전문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자기를 발전시키는 모습은 가히 부러울 따름이다.
이 책의 저자가 무엇을 했는지 먼저 안다면, 그리고 조셉 캠벨의 신화학을 안다면, 이 책은 너무도 재미있게 다가온다. 특히, 우리가 잘 몰랐던 우리 고유의 전설이 표면적 의미 외에 좀 더 깊은 교육/교훈적 의미가 있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
전체 14개의 전설의 원래 내용을 서술하고, 그 다음에 전설이 담고 있는 진정한 의미를 저자 자신의 예리한 통찰과 분석으로 서술했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공무도하가의 진실, 심청전의 본래 의미, 춘향전의 실제 교훈, 신립 장군의 이야기 등이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책을 구입해서 읽어보기 바란다.)
인간은 나약하고 방향을 모르는 존재이기 때문에, 항상 조언자를 필요로 한다. 지도자에게도 조언을 하는 참모가 필요하듯이 일반인에게도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나 내린 결정이 제대로 된 것인지 알 수 있는 조언자가 필요하고 또 앞으로 할 일에 대해서도 물어볼 조언자가 필요하다. 저자는, 이미 우리의 선조들이 구전으로 이어온 신화와 전설이 바로 그런 훌륭한 조언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더구나, 전설은 재미있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쉽사리 잊어버리지 않으며, 나이 어린 사람에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인 것이다. 다시말해서, 삼국지가 읽을때마다 감동을 다르게 받듯이, 우리의 전설도 들을때마다 마음 속에 다가오는 느낌이 다르다. 위에서 말한 14개의 전설에 대해서 저자가 하나하나 분석해 놓은 것을 보면, 가히 우리의 전설이 얼마나 대단한 것들이었는지를 알 게 된다. 그렇게 되면 아마 저자의 다른 책도 더 찾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