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마르크스가 검둥이를 몇이나 알고 있었겠는가?'
'미국의 여성 인권운동은 흑인 민권운동에서 영감을 얻었다.'
인용한 두 문장이 이 장의 전체적인 구성 목적을 대변한다
미국이 스스로의 대내외적 거버넌스를 지탱하기 위해 이용하는
인종/계급/젠더 개념의 가장 근본부터 찾아내서 폭로한다
미국은 이 세 가지 개념을 강화하고 서로 연계하려는 목표를 위해
정치/경제/사회/문화 전 분야에서 치밀하게 애써 왔다는 주장이다
이 과정을 미화하기 위해 인종/계급/젠더 개념을 뒷받침하는
개인주의와 신자유주의 등의 겉보기엔 화려한 어용 표현을 통하여
와스프(백인/앵글로 색슨/개신교도) 남성 권력을 강화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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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회에서든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 필요하다
모든 구성원이 동조하는 수단을 도입한다면 가장 이상적이지만
전체적인 세계 역사를 살펴보면 심지어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 당대 사회 내의 강력한 집단에 유리하도록
없던 개념을 만들어내고 이 개념에 기반한 제도마저 수립하지만
눈 뜬 장님마냥 불의를 보고도 저항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었다
교육과 매체 등 다양한 기제를 통해 전반적인 의식이 개선되었고
이러한 의식의 개선에 따라 수많은 제도들을 도입하고 교체했지만
이 제도들의 근본적 기반이 되는 개념들의 오류는 시정되지 않았다
개념들의 오류는 뿌리가 워낙 깊고 은밀하게 감추어져 있으며
오류들 간 매우 끈끈한 관계를 통해 불의를 심화시키고 있지만
현실에서 표면적으로 가시화된 불의는 극히 파편적/일시적이고
또한 강력한 힘을 가진 '빅 브라더' 집단이 사회 전체를 세뇌하여
어느 정도 제도의 시정만 있을 뿐 개념의 시정은 없는 상태에서
이제는 의식의 눈을 떴다고 착각하는 수많은 의식의 장님들이
눈 먼 자들의 암담한 사회를 구성하며 안타깝게 살아간다
본서의 배경이 되는 미국만이 갖는 특수성을 제외하고서라도
우리나라나 가까운 주변국의 경우를 살펴봐도 확연하게 드러나는
지속적으로 시정되지 않는 불의는 개념부터 문제인 경우가 태반
물론 각 사회가 처한 여러 상황에 맞게 질서가 수립되어야 하지만
현재 강력한 집단이 개념부터 왜곡하는 상황을 뜯어고치려면
스스론 공동체주의에 기반한 사민주의가 가장 바람직하다고 본다
현재 지구상 대부분 국가체제는 사실상 플라톤 국가 철학을 따른다
소수의 권력자가 지배계급으로써 사회 전체를 위한 질서를 세우고
각 국가를 외세로부터 지키기 위한 무력 집단인 군대가 있으며
다음으로 주체적인 의식을 갖기 힘든 대다수의 서민들이 있다
이러한 체제에서는 필연적으로 심각한 문제점이 발생한다
플라톤은 철인이라고 가정하는 지배 계급의 실체가 분명치 않고
각 계층의 구성원들 간에 교류가 적어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
공동체에 기반을 둔 사민주의는 이 정체의 문제점을 해결한다
우선 개인주의와 신자유주의는 사민주의에 대부분 배치된다
나아가 공동체를 중시하는 속성에 의해 인종/계급/젠더의 개념은
완전히 시정되지는 못할지라도 사회 전체에 문제의식을 유발한다
어떤 체제를 유지하는 제도 - 이 제도를 유지하는 개념
체제의 개혁은 기본 개념에 대한 사회 공동의 각성에서부터